2025년 튀르키예에서는 무인 전투기 바이락타르 크즐레마(Bayraktar KIZILELMA) 프로토타입 2대의 시험 비행이 진행되었다. 이 비행에서 두 기체는 지상에서의 별도 원격 조종 없이 서로의 위치와 속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교환하며 근접 비행을 수행했다. 또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비행 경로를 조정하는 자율비행 기능이 적용되었다. 이 사례는 무인기가 단순한 원격 조종 장비를 넘어, 일정 수준의 자율성과 협업 능력을 갖춘 체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여러 대의 무인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공중 초계, 요격, 정밀 타격 등 다양한 임무를 분담하는 운용 방식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가 전략으로 일궈낸 AI 기반 방위산업
튀르키예의 항공 분야 발전 배경에는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추진된 국가적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주요 군사 장비를 해외에 의존해야 했던 상황에서, 현재 튀르키예는 첨단 무기 체계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30여개국에 수출하는 기술 역량을 갖춘 국가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변화에는 인공지능을 전략적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는 국방을 위한 AI(AI for Defense) 전략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비전은 2025년 개최된 국제방위산업박람회(IDEF)의 슬로건인 futureAIready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튀르키예 정부는 방위산업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방위산업 인공지능 인재 클러스터(SAYZEK)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이는 대학의 연구 역량과 산업계의 실행력을 결합해 AI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민간 혁신 기술이 국방 분야로 전이될 수 있도록 돕는 생태계다. SAYZEK은 기술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공동 인프라와 연구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튀르키예를 AI 기반 방위기술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튀르키예 방위산업청(SSB)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인재 매트릭스를 구축하고 핵심 분야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기술 자립을 향한 노력은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와 혁신 활동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7,0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보유한 로켓산(Roketsan)은 튀르키예 내 세 번째 규모의 연구개발 기관으로 자리 잡으며, 독자적인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미사일의 표적 식별과 타격 정확도를 높이는 등 첨단 무기 체계의 지능화를 추진하고 있다. 로켓산은 국방 기술이 물리학과 화학 등 기초과학에 기반하며, 다양한 공학 분야 전문가들의 협력을 통해 실제 무기 체계로 구현된다는 점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비롯해, 다층 방공망 체계인 스틸 돔(Steel Dome) 개발을 통해 국가 안보 역량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구체적인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벨산(Havelsan)은 다영역 지휘체계와 인공지능 기반 의사결정 지원 기술을 바탕으로 유·무인 전투팀(MUM-T) 운용을 위한 통합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아셀산(Aselsan)은 컴퓨터 비전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전자전 및 통신 시스템에 통합하며 전장 환경의 지능화에 기여하고 있다. 튀르키예항공우주산업(TAI)도 항공 플랫폼 개발 단계에서 AI 응용 기술을 접목하여 비행 제어와 임무 관리의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STM은 생성형 AI 기술의 국방 분야 적용 가능성을 연구하며, 자국 안보와 기술 자립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카르(Baykar)는 세계 30여개국에 수출된 TB2와 고성능 대형 무인기 아큰즈(AKINCI) 등 주요 무인기 라인업을 통해 확보한 방대한 비행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
미래 공중전 질서를 재편해가는 무인 전투기
크즐레마(KIZILELMA)는 튀르크 신화에서 도달해야 할 이상적인 목표를 상징하는 붉은 사과를 의미한다. 이 기체는 기존 바이락타르 드론의 성공을 바탕으로 차세대 항공 기술을 결합해 탄생한 신개념 무인 전투 플랫폼이다. 최대 이륙중량 8.5톤, 무장 탑재량 1.5톤에 달하는 이 기체는 마하 0.9의 최고 속도로 비행하며 약 926킬로미터 이상의 전투 행동 반경을 확보하고 있다. 운용 고도는 약 7,600m에 달한다.
<크즐레마 무인 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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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KOTRA 이스탄불 무역관 자체 촬영]
크즐레마의 차별점은 강력한 공대공 전투 능력과 스텔스성에 있다. 레이더 반사 면적(RCS)을 최소화한 설계는 적의 탐지 가능성을 대폭 낮췄으며, 기체 내부에 탑재된 아셀산의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인 MURAD는 전방위적인 전장 인식을 가능케 한다. 해당 레이더는 다수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하며,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미사일에 전달하는 기능을 갖췄다. 운용 유연성 측면에서의 혁신도 눈에 띈다.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항공모함이나 강습상륙함에서도 운용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는 해군 항공 전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또한 기체 설계 단계부터 채택된 모듈형 구조는 임무 성격에 따라 공대공 무장, 정밀 타격 장비, 전자전 모듈 등을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게 하여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전쟁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성을 제공한다.
실제로 크즐레마의 운용 개념은 모의 공중전 시험을 통해 검증되었다. 1만 5,000피트 상공에서 진행된 시험 비행에서 크즐레마의 MURAD AESA 레이더는 약 48킬로미터 떨어진 F-16 전투기 두 대를 탐지했다. 이후 모의 교전 과정에서 크즐레마는 표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미사일에 전송하며 표적기 역할을 수행한 항공기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 튀비탁 세이지(TÜBİTAK SAGE)가 개발한 비가시거리 공대공 미사일 괵도안(GÖKDOĞAN)을 활용한 전자적 방식의 모의 사격도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이번 시험을 통해 무인기 플랫폼과 레이더, 미사일 간의 데이터 연동 성능이 검증되었다.
스마트 군집과 자율 지능 기반 전술적 우위
크즐레마의 파괴력은 단일 기체의 성능보다 여러 대의 플랫폼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결합될 때 더욱 강화된다. 바이카르가 독자 개발한 ‘스마트 군집 자율비행 알고리즘’은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비행 대형을 관리하고 각 기체의 임무를 조율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초근접 편대비행 시험에서 보여준 정밀한 유지 능력은 AI의 물리적 충돌 회피 및 보정 속도가 인간의 반응 속도를 상회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15미터라는 간격은 조그만 오류로도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거리지만, AI는 초당 수천 번의 계산을 통해 완벽한 정밀도를 유지했다.
이러한 자율 지능은 현대 공중전에서 수행되는 공중 초계(CAP) 임무에서 활용될 수 있다. 시험 비행에 투입된 크즐레마 편대는 자율비행 소프트웨어를 통해 지정된 경로를 감시하고, 국가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통해 서로의 센서 정보를 공유하며 운용되었다. 특정 기체가 위협을 감지하면 편대 내 다른 기체들이 대응 위치를 조정하거나 임무를 분담하는 방식이 실험적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조종사의 시야와 판단에만 의존하던 기존 운용 방식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임무를 조정할 수 있는 체계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시험 사례는 무인전투기 편대 운용에서 자율 협동 기능이 적용될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기여하였다. 2025년 12월, 바이카르 대표이사 할룩 바이락타르는 두 대의 무인 전투기가 자율적으로 근접 편대 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언급하며, 이는 항공 역사상 처음 있는 사례로서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창조의 결과이며, 따라 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기술적 성과라고 강조했다.
타격 능력 측면에서 크즐레마는 가시거리 밖(BVR) 공대공 미사일 괵도안을 활용하여 제트 추진 항공 표적을 목표로 삼는 시험을 수행했다. 시놉(Sinop) 인근 해상에서 진행된 시험에서는 무인기가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과정을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셀산의 AESA 레이더 기술은 크즐레마의 운용 효율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MURAD 레이더는 여러 송수신 모듈이 독립적으로 작동하여 표적을 탐색할 수 있으며, 전자전 환경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다수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하면서 미사일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은 현대 공중전에서 유용한 요소로 평가된다. 이러한 기술의 국산화는 외부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안보 환경에 맞춘 운용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무인 전투기는 유인 기체에 비해 비용 효율성과 운용 자율성 측면에서 장점을 가지며, 위험도가 높은 임무에도 조종사 부담 없이 활용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대량 생산이 가능해 편대 운용 시 수적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기술 개발은 자율 비행, 데이터 공유, 임무 협조 기능 등에서 상당한 공학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국가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활용한 실시간 통신 능력은 향후 자율 공중전 운용을 지원하는 중요한 기반으로 평가된다.
진화하는 AI 무인 전투기
튀르키예는 2026년 5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SAHA 2026에서 미즈락(Mızrak), 시브리시네크(Sivrisinek) 등 무인기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시스템의 핵심은 인공지능(AI) 기반 군집 공격 개념이다. 다수의 자폭형 무인기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자율적으로 협력하면서 목표를 탐색하고 타격하는 방식이다.
이들 무인기는 위성항법장치(GPS)에 의존하지 않고 지형 인식과 카메라 기반 항법을 통해 목표를 찾아갈 수 있어 전자전 환경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또한 Bayraktar TB2, Bayraktar TB3, AKINCI 등 기존 무인기 플랫폼이 후방에서 지휘·통제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며, 필요 시 완전 자율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
미즈락은 약 200kg의 이륙중량과 40kg급 탄두를 탑재하며, 시브리시네크는 약 20kg급 탄두를 탑재한다. 미즈락은 레이더 탐색기와 전자광학 센서를 갖춰 주야간 작전이 가능하다. 두 시스템은 바이카르와 ASELSAN이 공동 개발했다. 항속거리는 미즈락이 약 2,000km, 시브리시네크는 1,000km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시회에서 만난 이스탄불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A기업은 최근 튀르키예 방위산업의 경쟁력은 하드웨어보다 AI 소프트웨어와 자율 알고리즘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무인기 한 대의 성능보다 여러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협력하는 AI 기반 네트워크 전투체계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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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KOTRA 이스탄불 무역관 자체 촬영]
시사점
인공지능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며 중요한 기술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크즐레마의 자율 비행, 협동 작전, 정밀 타격 기능 등은 미래 공중전에서 조종사의 역할이 여전히 유지되는 가운데, 기술 요소의 비중이 점차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영공 운용 환경은 알고리즘 기반 시스템과 무인 플랫폼이 네트워크로 연동되어 운용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개발 사례는 공학 기술과 인공지능 역량, 전략적 구상이 결합된 결과로 평가될 수 있다.
튀르키예의 최근 성과는 신형 무기 체계 개발을 넘어 기술 자립과 국가 안보 역량 강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사례로 언급된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의 국방 분야 적용이 작전 개념과 운용 방식에 점진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튀르키예 국방 산업은 기존의 기술 도입 및 개선 단계를 넘어, 일부 분야에서 새로운 체계와 접근 방식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기존 선도국의 모델을 참고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자체적으로 설계한 무인 체계 솔루션을 제안하려는 움직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AI 기반 무인 전투 체계는 정밀한 운용 능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통제와 인공지능 시스템이 결합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공중 작전 및 영공 방어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공중 작전 영역에서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 활용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크즐레마를 포함한 AI 기반 전투기 개발과 운용 확대는 이러한 기술 변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튀르키예는 방위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자국 안보 강화뿐 아니라 일부 동맹 협력에도 활용 가능한 기술 기반을 구축해 가고 있으며, 관련 기술은 향후 공군력 발전 방향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
자료 : 현지 언론 Daily Sabah, Anadolu Agency, Baykar 홈페이지, SAHA Expo 2026 이스탄불무역관 수집 자료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