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일본 전력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전환


글로벌 전기차(EV) 시장의 전동화 흐름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증설로 인해 전력 제어의 핵심 부품인 전력(파워)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력반도체(Power Semiconductor)는 전력의 변환과 제어를 담당하는 부품으로, EV와 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산업기기 등 전기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기기에 탑재되는 탈탄소 시대의 핵심 디바이스다. 연산을 담당하는 로직 반도체와 달리 큰 전력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며, 성능 향상이 곧 소비전력 절감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탈탄소 정책과 맞물려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미쓰비시전기, 후지전기, 도시바, 로옴, 덴소 등 다수의 강소 기업을 보유하며 글로벌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Omdia 집계 기준 매출 상위 10사 안에 미쓰비시전기·후지전기·도시바·르네사스·로옴 등 복수의 일본 기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각 기업이 개별적으로 생존을 도모하는 파편화된 산업 구조로 인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함으로써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등 한계를 노출했다.


실제로 글로벌 1위 기업인 독일의 인피니언 테크놀로지가 약 17%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반면, 일본 주요 기업들의 개별 점유율은 대부분 5% 미만에 머물러 있었다. 점유율 상위권은 유럽·미국계가 차지하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은 4위 미쓰비시전기부터 9위 로옴까지 중위권에 분산되어 있는 형국이다. 각 사가 흑자를 내며 독자 생존이 가능했던 탓에 그동안 통합 논의가 좀처럼 진전되지 못한 것도 이 분산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 속에서 일본 기업들의 시장 영향력이 점차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었다.


이러한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산업계는 전례 없는 대형 재편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26년 봄, 일본 반도체 업계를 뒤흔든 로옴(ROHM), 도시바(Toshiba), 미쓰비시전기(Mitsubishi Electric)의 '3사 사업 통합 협상'과 자동차 부품 대기업 덴소(DENSO)의 전략적 움직임은 일본 전력 반도체 산업이 '각자도생'에서 '컨소시엄'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글로벌 전력반도체 시장 점유율(2023년도 기준)>

순위

기업

국가

점유율

1

Infineon

독일

21.4%

2

Onsemi

미국

10.1%

4

미쓰비시전기

일본

5.2%

5

후지전기

일본

4.7%

6

도시바

일본

3.7%

9

로옴

일본

3.2%

[자료: Omdia(2023년 종합 전력반도체) 및 관련 보도 종합]


로옴·도시바·미쓰비시전기 3사 연합의 구조와 기술 시너지


2026년 3월 27일, 도시바와 그 대주주인 일본산업파트너즈(JIP), TBJ holdings, 로옴, 그리고 미쓰비시전기는 각사 전력 반도체 사업의 통합을 위한 협의를 개시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공식 체결했다. 이 통합 논의는 기술적 강점과 타깃 시장이 서로 다른 3대 대기업이 연합전선을 구축하여 글로벌 수준의 스케일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되었다. 이들 3사는 제품 포트폴리오와 응용 분야 영역에서 상호 보완적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탄화규소(SiC) 기반 차량용 전력 반도체에서 글로벌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로옴과, 전통적인 실리콘(Si) 기반 범용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풍부한 고객 기반을 갖춘 도시바가 결합함으로써 전 영역을 아우르는 공급력을 갖추게 되었다. 여기에 산업용 모듈 및 철도, 전력 인프라 등 고내압·고전력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미쓰비시전기가 합류하면서 가전, 자동차, 산업 기기, 초고전압 송배전망에 이르는 종합 전력 반도체 솔루션 기업이 탄생하는 구조가 확립되었다.


3사의 통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단순 합산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약 11%에 달하게 된다. 이는 미국 온세미(Onsemi)를 제치고 독일 인피니언에 이어 단숨에 세계 2위의 독보적인 강자로 도약함을 의미한다. 스케일 업을 달성한 3사 연합은 생산 프로세스 단일화,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한 비용 절감, 그리고 마케팅 채널의 일원화를 통해 막강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덴소의 인수 제안 철회와 투트랙(Two-track) 협력 관계로의 전환


일본 전력반도체 업계의 판도를 바꾼 중대 변수는 토요타자동차 그룹의 핵심 공급업체인 덴소(DENSO)의 전략적 움직임이었다. 덴소는 자동차 전동화 전환기에 차량용 전력 관리 반도체의 자체 제어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6년 초, 로옴에 약 1조3000억 엔(약 83억 달러) 규모의 경영권 인수(M&A)를 제안했다. 로옴이 강점을 지닌 SiC(탄화규소) 반도체의 수직 통합 모델(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일괄 생산)을 확보해 기술 독점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산이었다. 당시 로옴은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와 막대한 투자 부담으로 지난해 1분기 기준 12년 만의 영업 적자(500억 엔)를 기록하는 등 경영상 압박을 겪고 있었다. 비록 올해 1분기 100억 엔 규모의 흑자 전환이 예상되며 숨통이 트였으나, 독자 투자의 리스크가 컸던 만큼 안정적인 캡티브 마켓(내부 거래 시장)을 제공할 토요타 그룹 편입은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로옴은 특정 완성차 그룹 계열사에 종속될 경우 타 완성차 고객사들과의 중립적 거래 관계가 훼손될 것을 우려했다. 대신 도시바, 미쓰비시전기 등 동종 업계 주자들과의 수평적 사업 통합을 통해 독자성과 규모의 경제를 동시에 확보하는 다각화 전략을 선호했다. 덴소 역시 인수 프리미엄 증가에 따른 무형자산 손상 위험과 R&D 재정 부담이 리스크로 부각되자, 결국 2026년 4월 28일 경영권 인수 제안을 공식 철회했다. 무리한 지분 인수 대신 실리적 노선으로 선회한 덴소는 로옴의 지분 약 4.98%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서 모빌리티 패키지 기술 공동 개발 등 '투트랙'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2027년 차세대 SiC 반도체 자체 일괄 생산 체제 구축이라는 독자 로드맵도 동시에 가속화하고 있다.


거대 '일본 연합'의 탄생: 로옴·도시바·미쓰비시전기 3사 연합


덴소(DENSO)의 인수 시도가 무산된 가운데, 로옴은 도시바·미쓰비시전기와의 사업 통합을 별도로 추진해 왔다. 2026년 3월 27일, 로옴과 도시바(자회사 도시바D&S), 미쓰비시전기 및 JIP·TBJ홀딩스 등 5개 사는 사업·경영통합 협의 개시를 위한 기본합의서를 공시하였다. 이는 2023년 12월 정부의 공급확보계획(제1호 안건)에 따라 제조 연계를 추진해 온 로옴·도시바에 미쓰비시전기가 합류한 형태이다. 동 통합이 갖는 의미는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규모 측면의 경쟁력 확보이다. 글로벌 전력반도체 시장은 독일 인피니언이 20%를 상회하는 점유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 기업들은 상위 10위권 내에 개별적으로 분산되어 있었다. 3사의 전력반도체 점유율을 단순 합산할 경우 약 10%로, 단일 기업 기준 세계 2위에 해당하는 규모가 된다.


둘째, 차세대 SiC(탄화규소) 분야의 대응력 강화이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실리콘(Si)에서 고전압·고온 환경에 강한 SiC로 이동하는 가운데, 로옴은 SiC 웨이퍼 소재부터 칩 제조에 이르는 수직통합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미쓰비시전기의 고전압 모듈 제어 기술과 도시바의 양산 역량이 결합될 경우, 제품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보완 효과가 기대된다.


셋째, 자국 내 공급망의 안정성 제고이다. 전력반도체는 자동차 전동화와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부품이다. 일본은 이번 통합을 통해 ʻ소재(로옴의 웨이퍼) → 소자·모듈(3사 합작법인) → 수요처(완성차 및 산업계)ʼ로 이어지는 공급 체계를 자국 내에서 형성하게 되며, 이는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일본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부합한다.


통합은 이원 구조로 진행된다. 로옴과 도시바는 우선 아날로그·로직·옵토 등 전력반도체 외 영역까지 포함한 반도체사업 전체의 통합을 상정하고 있다. 반면 미쓰비시전기는 2026년 4월 28일 결산설명회에서 '3사의 전력반도체 사업만을 분리해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향을 제시했으며, 전력반도체 외 사업의 통합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 결과 로옴·도시바D&S의 경영통합과 3사 전력반도체 합작이 병행 추진되는 복잡한 이원 구조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실제 협상 단계에서도 로옴의 아즈마 가쓰미(東克己) 사장은 2026년 5월 12일 결산설명회에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일본 속담을 직접 인용하며, 협상이 상정대로 풀리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3사의 공장·개발·판매 기능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의 여부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시장 일각에서도 서로 다른 기업 문화의 충돌, 그리고 공장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초기 고정비와 고용 조정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로옴은 중기경영계획(2026~2028)에서 SiC 사업의 2028년도 흑자화를 목표로 제시하고, 중국에 대해 "개발력으로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3사 연합이 지향하는 것은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니라 기술력·공급력·사업기반을 두루 갖춰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체제의 확립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로옴·도시바·미쓰비시전기 3사 통합 후 분야별 매출 구성 전망>

분야

구성비

주력 기업(예시)

자동차

36%

로옴(SiC)

산업기기

28%

미쓰비시전기

기타(인프라 등)

36%

도시바

[자료: 로옴, Omdia, 일본경제신문 종합]


정부 주도의 보조금 정책 및 공급망 복원 동향


일본 전력반도체 업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업 통합과 연쇄적인 협력 움직임은 단순한 시장 논리의 결과물이 아니다. 이는 경제안보 차원에서 자국 내 반도체 제조 기반을 전면 복원하려는 일본 경제산업성(METI)의 정책적 설계가 낳은 산물이다. 일본 정부는 2022년 5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하고, 같은 해 12월 반도체를 '특정중요물자'로 전격 지정했다. 이를 근거로 전력반도체 증산 투자에 거액의 국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적·제도적 체계를 구축했으며, 나아가 2030년까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기업들의 합계 매출을 15조 엔 초과(2020년 약 5조 엔 대비 3배 수준) 달성하여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정부 보조금이 단순한 설비 증산 지원을 넘어, 사실상 '산업 재편'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산업성은 보조금 신청 요건으로 전력반도체 사업 규모를 원칙적으로 '2000억 엔 이상'으로 제한했다. 이는 개별 기업의 단독 신청을 어렵게 만들어, 기업 간의 전략적 연계와 수평적 통합을 사실상 종용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특정 일방 기업의 이익 독점이 아니라 파편화된 자국 산업을 통합하여 전반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정부의 전력반도체 공급확보계획 및 지원 규모>

구분

지정 시기

참여기업

사업총액

국가 보조금

1

2023.12

로옴 + 도시바

3883억 엔

1294억 엔

2

2024.12

덴소 + 후지전기

2116억 엔

705억 엔

[자료: 경제산업성, 일본경제신문 종합]


로옴과 도시바의 공동 생산은 사업비 총액 3883억 엔에 경제산업성이 최대 1294억 엔(총액의 1/3)을 보조하는 것으로, 로옴은 미야자키 제2공장에서 SiC를, 도시바는 이시카와현에서 Si 전력반도체를 분담 생산한다. 생산능력은 SiC 전력반도체가 2026년 4월부터 연 72만 개(8인치 환산), SiC 웨이퍼가 2025년 1월부터 연 70만8000개, Si 전력반도체가 2025년 3월부터 연 42만 개(12인치 환산) 규모로 계획되어 있다. 이 협력은 두 회사가 과잉·중복 투자를 지양하고 각사가 보유한 강점에 집중하되, 생산한 제품을 상호 융통하는 분업 모델로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로옴이 제조한 SiC 전력반도체를 도시바 브랜드로 고객에 판매하는 방안 등이 계획되어 있으며, 향후 판매 네트워크 연계·생산 인프라 공유 등으로 시너지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 이 프레임은 이시바 정권에서 시작됐으나 2025년 10월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새로운 기술입국'을 내세워 기조를 계승하고 있으며, 정부는 2026년도 이후 매년 1조 엔 규모를 당초예산(본예산)으로 확보해 보정예산 의존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력반도체 기술 동향: SiC·GaN 최신 개발


전력반도체의 핵심 소재가 실리콘(Si)에서 탄화규소(SiC)와 질화갈륨(GaN)으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기술 경쟁과 양산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먼저 SiC 영역에서는 고성능화와 8인치 양산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투자가 전개 중이다. 로옴은 기존 4세대 제품 대비 고온 동작 시의 온저항(전류가 흐를 때 발생하는 저항)을 약 30% 낮춘 5세대 SiC MOSFET를 개발하여, 높은 전력 효율을 요구하는 전기차(xEV)용 트랙션 인버터와 AI 서버 전원 장치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미쓰비시전기는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치시에 8인치 SiC 신공장을 2025년 10월 완공했다. 2025년 말 시범 생산을 거쳐 2027년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후쿠오카지구의 파워디바이스 A동(PA동) 역시 2026년 4월 준공을 마쳤다.


<로옴 5세대 SiC MOSFET, 인피니언 SiC Super Jun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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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로옴, 인피니언 공식 홈페이지]


이와 함께 고주파와 저전력 구현에 유리한 GaN 영역에서도 새로운 협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로옴은 마쓰다 자동차와 2025년 3월 GaN 전력 디바이스 공동 개발에 착수했으며, 2027년도 중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1위 기업인 독일 인피니언은 저항을 40% 저감한 트렌치 기반 SiC 슈퍼정션(Superjunction) 디바이스를 발표하며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인피니언은 이를 바탕으로 2025년 5월 현대자동차를 800kW급 트랙션 인버터의 리드 고객으로 확보했으며, 이는 한국 완성차 업계에서도 차세대 SiC 반도체 채택과 탑재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시사점


이상에서 살펴본 일본 전력반도체 산업의 재편은 개별 기업의 시장 논리를 넘어, 경제 안보 차원에서 제조 기반을 복원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설계와 기업들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파편화되어 있던 주요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의 규모 요건을 매개로 수평적 연합을 결성했으며, 이를 통해 자국 영토 내에서 '소재-소자·모듈-수요처'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완결하고 있다. 아울러 시장의 무게중심이 차세대 SiC·GaN으로 이동하는 흐름에도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로 대응하는 추세다. 이러한 일본의 구조적 전환은 국내 전력반도체 기업들에 직접적인 경쟁 압력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향후 국내 밸류체인 구축과 기업 간 협력 방향을 구체화하는 객관적 기준점을 제시한다.


첫째,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스케일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전력반도체 기업 간 수평적 사업 연계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일본 주요 기업들은 개별 점유율이 5% 미만에 머무는 파편화된 구조를 안고 있었으나, 로옴·도시바·미쓰비시전기 3사가 사업 통합과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단순 합산 약 10% 점유율의 글로벌 2위권 연합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 통합의 핵심은 생산 프로세스 단일화,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한 고정비 절감, 마케팅 채널 일원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다. 개별 기업 단위로는 규모의 경제를 누리기 어려운 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국내 기업들 역시 독자 생존 중심의 접근에서 나아가 공정 공유, 공동 R&D, 채널 통합을 골자로 하는 전략적 연합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완성차 기업과 반도체 제조사 간 관계 설정에 있어 특정 계열사 종속을 피하면서 기술 제휴를 심화하는 '투트랙(Two-track)' 모델이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토요타 그룹의 핵심 공급업체인 덴소의 로옴 경영권 인수 시도는, 특정 완성차 그룹 편입 시 타 고객사와의 중립적 거래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부각되며 불발되었다. 이후 양사는 약 5%의 지분 제휴를 바탕으로 모빌리티 패키지 기술을 공동 개발하되, 로옴은 독자적인 차세대 SiC 로드맵을 병행하는 전략적 협력 관계로 선회했다. 이는 일정 수준의 지분·기술 제휴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균형적 접근이 안정적인 성장에 유리함을 보여준다.


셋째, 단품 칩 제조를 넘어 다각화되는 수요처에 맞춘 고부가가치 모듈 및 패키징 영역으로의 역량 확장이 요구된다. 전력반도체는 성능 향상이 곧 소비전력 절감으로 직결되어 자동차 분야 외에도 AI 데이터센터용 전원 장치, 고내압·고전력 산업기기, 송배전망 등으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로옴의 5세대 SiC MOSFET 개발(온저항 약 30% 저감), 인피니언의 트렌치 기반 SiC 슈퍼정션 출시, 로옴과 마쓰다의 GaN 공동 개발(2027년 상용화 목표) 등 소자 고도화와 차세대 소재 전환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전력 제어 모듈 및 패키징 기술력의 고도화와 함께, 수요 기업과의 초기 단계 공동 개발을 활성화하여 차세대 디바이스 상용화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일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이번 3사 통합은 시장에서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니라 보조금 요건이 독자 생존이 가능했던 기업들을 사실상 한 테이블에 앉힌 정책적 산물로 해석하였다. 다만 합산 점유율 약 10%·세계 2위권은 단순 산술일 뿐, 서로 다른 기업 문화와 공장 통폐합에 따른 고정비·고용 조정 부담으로 인해 통합 효과가 실제 원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통합의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되, 독자 생존을 넘어선 전략적 연합과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역량 확장을 통해 일본 연합 체제에 대응할 실질적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료 : 일본경제신문, 일본경제산업성, 각 사 공식 홈페이지(옴니아, 로옴, 인피니언), 후쿠오카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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