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도산업 현황
유럽의 주요 철도 시장인 독일은 대규모 인프라 갱신 국면에 진입했다. 독일철도산업협회(VDB)가 2026년 6월 1일 발표한 결산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독일 철도산업의 총매출은 156억 유로, 수주액은 218억 유로를 기록하며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주는 전년 대비 19% 증가했으며, 과거 수출이 성장을 견인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독일 내수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인프라 부문 수주가 전년 대비 36% 증가해 차량 부문(+12%)을 크게 웃돌면서 신호·전철화·궤도 등 인프라 분야가 최근 독일 철도산업의 수주 증가를 주도했다.
매출 측면에서도 내수 시장의 확대가 두드러졌다. VDB에 따르면 2025년 독일 철도산업의 내수 매출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98억 유로를 기록했다. 인프라 부문 매출은 47억 유로로 확대됐으며, 특히 독일 내 토목·전철화·건설 및 특수차량 분야에서 성장세가 나타났다. 이는 최근 연방정부의 철도 인프라 투자 확대와 주요 노선 정비 사업이 관련 산업의 매출 성장과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차량 부문은 109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하며 여전히 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최대 분야로 나타났다. 다만 VDB는 독일 내 차량 발주가 수송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 업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산업 전반의 성장세는 고용에도 반영돼 2025년 직접 고용은 약 5만7700명, 간접 고용을 포함한 관련 일자리는 약 11만4000개로 집계됐다.
(단위: 억 유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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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금액 |
전년 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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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매출 |
156 |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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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주 |
218 |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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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매출 |
98 |
+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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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부문 매출 |
47 |
+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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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부문 매출 |
109 |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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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부문 수주 |
- |
+3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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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부문 수주 |
- |
+12.0 |
주: 금액은 VDB가 발표한 ’24년 및 ’25년 독일 철도산업 결산자료 기준. 인프라 및 차량 부문 매출 증감률은 VDB 발표 금액을 토대로 KOTRA 함부르크무역관 계산. VDB가 부문별 수주 금액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은 경우 증감률만 기재
[자료: VDB]
매출 확대와 인프라 수요 급증의 배경에는 연방정부의 대규모 재정 투입이 자리 잡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2025~2029년 교통 인프라 현대화에 약 1690억 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며, 이 중 1000억 유로 이상이 철도 인프라에 투입될 예정이다. 관련 재원은 연방 본예산과 함께 12년간 최대 5000억 유로 규모로 운용되는 '인프라·기후중립 특별기금(SVIK)' 등을 통해 조달된다. 철도 분야에서는 기존 노선의 갱신과 현대화, 디지털화가 주요 투자 대상으로 설정돼 있어 향후 수년간 관련 발주 수요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투자 확대로 실제 갱신 실적도 확대되고 있다. DB의 2025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선로 2173km, 분기기 2092개, 전차선 288km가 신설 또는 교체됐으며, 신호소 64개도 새로 구축됐다. ETCS 구축 구간은 157km 늘어나 총 683km로 확대됐다. VDB에 따르면 제어·신호 설비 단위(STE) 물량 역시 과거 연평균 약 2500개에서 2025년 4200개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2026년에는 이보다 50%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규모 투자와 공사 물량 확대가 단기간에 철도 운영 품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후 설비에 따른 장애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개량공사와 노선 차단도 열차 운행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DB 장거리 열차 정시율은 2024년 62.5%에서 2025년 60.1%로 하락한 데 이어 2026년 상반기에는 58.7%를 기록했다. DB는 당초 2026년 연간 정시율 전망을 약 60%로 제시했으나, 상반기 실적을 반영해 이후 연간 전망 범위를 58~61%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수년간 독일 철도시장은 노후 인프라 정상화를 위한 투자와 공사가 확대되는 동시에 공사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운영 부담이 지속되는 과도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확대를 부른 노후화와 디지털 전환 지연
2025년 발주가 급증한 근본적인 배경에는 장기간 누적된 철도 인프라의 노후화가 자리 잡고 있다. DB InfraGO의 2025년 인프라 상태보고서에 따르면, 상태 평가를 기준으로 갱신이 필요한 선로는 약 9600km이며, 분기기는 전체의 약 25%에 해당하는 1만5800개에 달한다. 신호 인프라의 노후화도 두드러진다. 약 4000개의 신호소 가운데 절반가량이 갱신 대상으로 분류됐으며, 신호소 시설군의 평균 상태 등급은 4.02로 주요 시설군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선로·분기기·신호설비 전반에 걸쳐 갱신 수요가 누적되면서, 최근의 대규모 재정 투자는 신규 노선 확충보다는 기존 철도망의 성능과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보수·현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 주: DB InfraGO는 시설 상태를 1(신규 수준)부터 6(운영 제한 수준)까지 6단계로 평가하며, 수치가 높을수록 시설 상태가 좋지 않음을 의미
선로와 신호뿐만 아니라, 열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철 설비의 교체 수요 역시 빠르게 누적되는 추세다. VDB 통계에 따르면 2021~2025년 사이 약 4500km의 가선 설비가 수명 한계에 도달했고, 2026~2035년에는 1만2500km가 추가된다. 2045년까지 누적 교체 소요량은 1만9000km로 추산되나 실제 2021~2024년 갱신 실적은 690km에 머물렀다. 누적된 갱신 소요량과 실제 시공 실적 간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DB InfraGO는 노후 신호소 우선 교체 및 전략적 공급업체 관리를 통해 품질과 납기를 중앙 집중적으로 통제하는 관리 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한편, 물리적 인프라의 보수·교체 작업과 맞물려 추진되어야 할 디지털 전환 속도도 매우 더딘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재 독일 철도 인프라 중 디지털 신호·제어 기술이 적용된 구간은 2% 미만, 디지털 신호소 개량률은 40%를 밑돈다. 20년 내 전역 디지털화를 위해 연간 1000~2000km의 ETCS(유럽표준열차제어시스템) 구축이 필요하지만, 2025년 신규 구축은 157km에 그쳤다. 이러한 더딘 진척은 개별 기업의 기술력 부족 탓이 아니다. 대규모 예산 확보와 기존 차량의 대대적인 개조, 복잡한 안전 규제 승인이 동시에 맞물려야 하는 ‘산업적 확산(Scaling)’ 과정의 구조적 병목에 기인한다. 실제로 함부르크무역관과 인터뷰한 VDB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은 열차 운영의 신뢰성을 높이는 필수 전제이나, 개별 기업 단위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가 참여하는 ‘공동의 과제’로 접근해야만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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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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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호·제어기술 적용 구간 |
전체의 2% 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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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개량된 신호소 |
40% 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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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S 구축 구간 |
683km(2025년 신규 157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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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DB 제시 ETCS 필요 구축 속도 |
연 1,000~2,000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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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 필요 선로 |
약 9,600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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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 필요 분기기 |
약 1만 5,800개/전체 약 6만 4,000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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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 필요 신호소 |
약 2,000개/전체 약 4,000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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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선 누적 교체 소요 |
2045년까지 약 1만 9,000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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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M-R 종료 예정 시점 |
2035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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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MCS 차량 개조 대상 |
약 1만 6,000~2만 1,000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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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MCS 차량 개조비 추산 |
약 12억~24억 유로 |
[자료: VDB, DB InfraGO, FRMCS 이니셔티브]
독일 철도산업 트렌드: 운행 자동화·디지털 전환·전동화
앞서 살펴본 대규모 인프라 갱신과 운영 효율성 제고라는 당면 과제는 독일 철도산업의 기술 투자 방향을 크게 세 갈래로 집중시키고 있다. 첫째, 제한된 기존 선로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운행 자동화(ATO), 둘째, ETCS 및 디지털 신호소를 포괄하는 신호·제어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 셋째, 비전철 구간의 친환경 전동화(BEMU) 및 화물 부문 효율화를 위한 디지털 자동 연결기(DAK)의 도입이다.
1. 운행 자동화(ATO)
자동열차운전은 자동화 등급(GoA)에 따라 차등적으로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기관사가 운전실에 상주해 비상 상황을 통제하되 출발, 가감속, 정차 등 정상 주행의 대부분을 시스템이 보조하는 GoA2 단계는 이미 상용 궤도에 올랐다. 독일 철도 시스템에서 GoA2는 단독 기술이라기보다 ETCS(유럽표준열차제어시스템) 기반 위에 구축되는 운영 계층이다. 즉, ETCS가 열차의 안전한 이동 허용 범위와 최고 속도를 엄격하게 통제하면, ATO는 그 안전망 내에서 운행 시간표와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여 차량을 자동 제어하는 방식으로 상호 작용한다.
ETCS와 ATO 결합 기술의 대표적 적용 사례로는 함부르크의 디지털 S-Bahn(광역철도) 프로젝트가 있다. 2022년 9월부터 4개 편성 열차에 ETCS 기반 ATO를 탑재해 상용 운행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소규모 시범 운행을 넘어 2030년까지 고도자동화 운행 확대를 목표로 단계적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디지털 S-Bahn 2.0’으로 프로젝트를 고도화해 지능형 관제 시스템을 활용한 열차 운행 최적화와 전력 소비 절감 등을 실증하고 있다.

[자료: S-Bahn Hamburg]
반면 기관사가 정상 운행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 GoA4 단계는 기술 검증이 진전되고 있으나 아직 일반 여객 영업노선에서의 범용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독일의 ‘AutomatedTrain’ 프로젝트는 2026년 9월 개방형 철도망에서 GoA4 기반 완전자동 운전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입증했으며, 지멘스 모빌리티의 Mireo 차량을 활용해 완전자동 입·출고 운행도 시연했다. 이는 시험시설을 넘어 실제 철도망 환경에서 관련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일반 영업운전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표준화와 안전 승인체계, 장애물 인식 및 비상상황 대응 등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AI 기반 시스템의 판단 과정을 기존 철도 안전체계 안에서 일관되게 검증하는 방법론의 정립은 향후 GoA4 상용화 속도에 영향을 미칠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2. 신호·제어 시스템의 통합적 디지털 전환
독일 철도 디지털화의 핵심은 노후 신호소를 디지털 신호소(DSTW)로 전환하는 동시에 유럽표준열차제어시스템(ETCS)을 지상과 차량에 확대 적용하는 데 있다. 그러나 실제 구축 속도는 필요한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2025년 ETCS 신규 구축 구간은 157km에 그친 반면, VDB는 향후 약 20년 내 철도망의 광범위한 디지털화를 위해 연간 1000~2000km의 구축과 약 1만3000대의 기존 차량 개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철도의 디지털 전환은 기술 개발 자체보다 인프라 구축과 차량 개조, 재원 및 승인 절차를 같은 일정 안에서 조율하는 이행 역량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통신망에서는 2G 기반 철도 전용 무선통신망인 GSM-R(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 – Railways)을 차세대 철도통신시스템인 FRMCS(Future Railway Mobile Communication System)로 전환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독일 철도업계는 2035년 GSM-R 종료에 대비해 약 1만6000~2만1000대의 기존 차량을 개조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관련 비용은 약 12억~24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통신망의 안정성과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 실증도 진행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 추진한 ‘5G-RACOM’ 프로젝트에서는 철도 전용 FRMCS 시험망과 공용 5G망을 함께 활용하고, 한쪽 통신 경로의 품질이 저하될 경우 다른 경로로 데이터를 전환하는 하이브리드 통신 방식을 실증했다. 이러한 실증 결과는 FRMCS 구축 과정에서 공용망을 보조 통신 경로로 활용해 철도통신의 가용성과 복원력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자료: Deutsche Bahn]
이처럼 신호·통신 시스템의 대규모 전환이 추진되면서 DB의 조달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DB는 2025년 63억 유로 규모의 디지털 신호·제어기술(DLST) 장기 물량계약을 체결하고, 디지털 신호소와 ETCS, 통합 관제·조작 시스템을 포함한 총 1만5500개의 제어·신호 설비 단위(STE)를 2028년 말까지 발주할 계획이다. 개별 사업별 발주에서 일정 규모의 장기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공급업체의 생산능력 확대와 표준화된 기술 적용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에도 개별 제품의 기술력뿐 아니라 양산능력과 납기 대응력, 시스템 호환성 및 장기 공급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3. 친환경 배터리 동력화(BEMU)와 화물 자동연결기(DAK)
DB의 2025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DB가 관리하는 독일 철도 인프라의 전철화율은 운영거리 기준 62.4%다. 그러나 비전철 구간 전체에 가선을 설치하려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상대적으로 이용량이 적은 지역 노선에서는 기존 디젤 차량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 배터리 전기동차(BEMU)의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BEMU는 전철화 구간에서 전력을 공급받아 배터리를 충전한 뒤 비전철 구간에서는 저장된 전력으로 운행하는 방식이다. 최근 작센주의 지역 급행열차(RE6)를 비롯해 독일 여러 지역에서 정규 영업운행과 신규 도입이 이어지면서 배터리 관리, 충전 인터페이스, 전력변환 및 열관리 등 관련 시스템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자료: Siemens]
한편, 화물 철도 부문에서는 수작업 중심의 비효율과 안전사고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자동연결기(DAK)'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DAK는 열차의 기계적 결합뿐만 아니라 제동용 공기관과 전력·데이터 라인까지 일괄 자동으로 연결하는 기술로, 화물 열차 운용의 디지털화를 위한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디지털 자동연결기(DAK)는 독일 연방교통부의 지원 아래 유럽 단위의 실증 프로젝트를 거쳤으며, 현재 후속 검증과 보급 준비 단계에 있다. 다만 아직 대규모 양산·발주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으며, 정밀한 비용 대비 편익 분석(CBA)과 EU 차원의 단일 기술 표준 확정, 안전 승인 체계 구축 등이 향후 본격적인 보급 일정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InnoTrans 2026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트렌드
이러한 기술 전환의 현주소는 2026년 9월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2026 독일 베를린 철도차량 및 수송기술 전시회(InnoTrans)'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약 60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박람회에서는 철도산업의 전기화·디지털화와 함께 인공지능(AI), 자동화, 사이버보안, 로보틱스 등이 주요 기술 트렌드로 부각될 전망이다. 배터리와 전력공급 시스템, 디지털 신호·통신 기술, 상태진단 및 유지보수 솔루션 등 기존 인프라와 차량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기술도 폭넓게 소개될 예정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의 확대는 InnoTrans 2026의 전시 구성에서도 두드러진다. 2024년 처음 마련된 ‘AI Mobility Lab’에는 올해 47개사가 참가해 AI, 자동화, 사이버보안, 로보틱스 관련 기술과 응용사례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가운데 28개사는 InnoTrans 첫 참가기업이다. 전시장에서는 하루 두 차례 AI 관련 기술을 소개하는 ‘AI Tours’가 운영되며, Alstom, Wabtec, Siemens Mobility가 후원하는 국제 AI 해커톤 ‘AI on Track’도 처음 개최된다. 이를 통해 철도 운영 최적화와 상태진단, 자동운전 등 차량과 인프라 전반으로 확대되는 AI 활용 흐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은 한국철도차량모빌리티산업협회와 KOTRA 함부르크무역관이 운영하는 한국관 10개 사, 개별 참가 17개 사 등 총 27개 사가 이번 전시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에는 완성차뿐 아니라 상태진단, 통신 모듈, 시험·검증 솔루션 등 부품·시스템 분야에서 유럽 차량 제작사 및 주요 공급업체와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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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명 |
2026 독일 베를린 철도차량 및 수송기술 전시회(InnoTrans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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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26.09.22.~0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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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독일 베를린 메세(Messe Berl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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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
약 200,000㎡(42개 홀 및 옥외·선로 구역 전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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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
메세 베를린(Messe Berl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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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 규모 |
약 60개국 전시기업, 18개국 대표단(2026년 7월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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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부문 |
Railway Technology, Railway Infrastructure, Public Transport, Interiors, Tunnel Construc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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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관 |
AI Mobility Lab(AI·로보틱스·사이버보안·데이터 보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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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참가기업 수 (한국관/개별참가) |
10개사/17개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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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
https://www.innotrans.de/ |
[자료: Messe Berlin]
기회 요인과 시장 진입 전략
독일 철도시장의 단기적인 기회는 완성차보다 기존 철도망의 갱신과 신호·통신 시스템 전환 분야에 집중돼 있다. 약 9600km의 선로와 1만5800개 분기기의 갱신 수요, 노후 신호소 현대화, FRMCS 전환은 관련 부품과 시스템 수요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전망이다. 특히 전원장치, 산업용 네트워크, 안테나·커넥터, 차상 게이트웨이, 상태진단 및 열관리 솔루션 등 신호·통신 시스템을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에서 파생 수요가 예상된다.
시장 진입 방식은 기술의 상용화 단계에 따라 달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미 상용화가 진행 중인 GoA2·ETCS 분야는 현지 주계약자나 주요 차량 제작사의 공급망 진입을 우선 검토할 수 있다. 반면 GoA4는 아직 실증과 승인체계 정립이 진행 중인 만큼 센서, 차상 연산장치, 데이터 처리 및 시험·검증 기술 등 구성요소 단위의 공동개발·실증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다. 디지털 자동연결기(DAK) 역시 대규모 보급 전 단계에 있어 당장의 양산보다 실증 및 표준화 과정에서 기술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전략이 적합하다.
기술력과 함께 유럽 철도시장의 품질·안전·상호운용성 요건에 대한 대응도 필수적이다. ISO 22163 기반의 IRIS Certification®은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공급업체의 품질관리 역량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으로 활용되며, 제품과 시스템의 종류에 따라 EU 상호운용성 기술기준(TSI), 국가별 기술규칙 및 안전성 평가가 추가로 요구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인 적합성평가기관인 Notified Body(NoBo), 국가별 규칙을 검증하는 Designated Body(DeBo), 독립 안전평가기관인 Assessment Body(AsBo)의 평가 대상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특히 ETCS·FRMCS 차량 개조사업은 기존 시스템과의 인터페이스와 변경 범위에 따라 추가 시험이나 위험평가, 차량형식 변경승인이 필요할 수 있어 현지 차량 제작사나 시스템 통합업체와의 협업이 중요하다.
조달 구조의 변화도 시장 진입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DB가 2025년 63억 유로 규모의 디지털 신호·제어기술 장기 물량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대규모 디지털 전환에 대응해 장기 물량과 표준화된 기술 플랫폼을 사전에 확보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신규 공급기업에는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과 납기, 장기 부품 공급 및 단종 관리,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입증하는 역량이 한층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최근 독일 철도산업의 두드러진 성장세는 신규 고속철도 건설 확대보다는 장기간 누적된 기존 철도망의 노후화와 지연된 디지털 전환 수요가 대규모 갱신 발주로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거시적인 전체 투자 규모에만 집중하기보다, 개별 자산의 갱신 시점과 공급망 병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연간 구축 속도가 쟁점이 되는 ETCS, FRMCS 전환, 갱신 수량이 구체화된 신호소 및 전차선 개량 사업 등은 우리 기업이 현지 정책 로드맵을 바탕으로 공급 기회를 역산하기에 가장 적합한 이정표다.
진입 전략 측면에서는 높은 인증 요건과 기존 공급망, 납품 레퍼런스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완성차 시장에 직접 진입하기보다 한국 기업이 진출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ICT·전장 및 철도 시스템 부품 분야를 중심으로 현지 공급망 진입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FRMCS 전환 과정에서 요구될 수 있는 통신·네트워크 장비와 차상 통신부품, 배터리 전기동차(BEMU)의 배터리 관리·전력변환·열관리 시스템, 유지보수 효율화를 위한 상태진단 기술 등은 향후 현지 차량 제작사와 주요 공급기업의 기술 요구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분야다.
다만 대규모 투자계획이 곧바로 시장기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전환 사업은 지상·차상 설비 개조, 통신망 구축, 안전·상호운용성 승인 등이 서로 연계돼 있어 재원 확보만으로 사업 속도를 단기간에 높이기 어렵다. 실제 발주와 시장 형성 속도는 연방정부의 연도별 예산 집행과 DB의 사업 우선순위 및 발주 일정, 공급망·시공·승인 역량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독일 철도시장에 진입하려는 우리 기업은 연방정부의 재정 집행 지속성과 독일철도(DB)의 실제 발주 일정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인프라 갱신 및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새롭게 정립되는 기술 표준과 주요 주계약자들의 벤더(Vendor) 다변화 동향 등 글로벌 철도 조달 트렌드를 면밀히 추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기반으로 ISO 22163 기반 IRIS 품질인증에 대한 사전 준비와 제품별 적용 TSI 및 적합성 평가·승인 요건 검토, 유럽 주요 공급업체와의 공동 R&D·실증 추진, 현지 파트너 발굴 등을 병행해 독일 및 유럽 철도 공급망 진입을 위한 레퍼런스를 단계적으로 축적할 필요가 있다.
자료: 독일철도산업협회(VDB), 독일철도공사(DB), DB InfraGO, 독일 연방교통부(BMV), 독일 연방재무부(BMF), Digitale Schiene Deutschland, 독일항공우주센터(DLR),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교통부, FRMCS 차량이전 부문 이니셔티브, Europe’s Rail Joint Undertaking, Allianz pro Schiene, Messe Berlin, Siemens Mobility, Alstom, Mitteldeutsche Regiobahn, UNIFE/IRIS, McKinsey & Company, S-Bahn Hamburg, KOTRA 함부르크무역관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