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글로벌 니켈 공급망은 인도네시아발(發) 정책 충격을 마주하고 있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광산 연간 생산 허가 제도인 RKAB(Rencana Kerja dan Anggaran Biaya, 광산 사업 계획서)를 전면 개편하며 생산 쿼터를 전년 대비 34%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S&P Global Market Intelligence)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글로벌 니켈 시장 점유율은 2020년 31%에서 2024년 60.2%로 2배 이상 확대됐으며, 2035년에는 74.1%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압도적인 공급 지위를 보유한 인도네시아의 정책 전환은 글로벌 배터리·소재 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RKAB 개편은 단순한 생산량 조절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를 통해 니켈 가격 부양, 불법 광산 정비, 다운스트림 산업 육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특히 기존 3년 단위였던 허가 주기가 1년 단위로 전환되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력이 크게 강화됐고, 이는 공급망 예측 가능성을 둘러싼 새로운 불확실성을 낳고 있다.


<국가별 니켈 매장량 및 점유율> (단위: 톤)

국가

매장량

점유율

전 세계

130,000,000

-

인도네시아

55,000,000

42%

호주

24,000,000

18%

브라질

16,000,000

12%

러시아

8,300,000

6%

뉴칼레도니아

7,100,000

5%

필리핀

4,800,000

4%

중국

4,400,000

3%

[자료: USGS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5]


□ RKAB 제도 개요 및 변천사


RKAB(Rencana Kerja dan Anggaran Biaya)는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ESDM, Kementerian Energi dan Sumber Daya Mineral)가 광산 기업에 부여하는 연간 사업 계획서이자 생산 허가 쿼터다. 광산 기업은 매년 생산 목표, 환경 관리 계획, 재무 예산 등을 담아 RKAB를 제출하고, 정부 승인을 받아야만 당해 연도 채굴 활동을 합법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RKAB는 광산별로 개별 할당되며, 정부는 이를 통해 국가 전체의 광물 생산량을 직접 통제한다.

RKAB의 주요 기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생산량 통제로 공급 과잉 또는 공급 부족을 조절한다. 둘째, 환경·인허가 준수를 강제하는 행정 수단으로 기능한다. 셋째, 정부 재정 수입(로열티, 세금) 산정의 기준선이 된다.


RKAB 제도는 2009년 신광업법(UU No. 4 Tahun 2009) 시행과 함께 본격 도입됐다. 초기에는 3년 단위 승인 방식으로 운영되어 기업들이 중기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 유리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니켈 공급 과잉 문제가 심화되면서 정부의 개입 필요성이 커졌다.



시기

주요 변화

배경

2009년

신광업법(UU No. 4/2009) 시행, RKAB 제도 도입

광업 행정 현대화

2020년

니켈 원광 수출 전면 금지

다운스트림 산업 육성 전략

2023년

보크사이트 수출 금지 추가 시행

광물 자원 국산화 확대

2025년 12월

2026년부터 RKAB 허가 주기 3년→1년단위 전환 발표

시장 수급 탄력적 관리

2026년 2월

2026년니켈 RKAB 쿼터 34% 감축(3.79억 톤→2.5억 톤) 확정

가격 부양 및 환경 정비

2026년 4월

니켈 광석 최저가격 산정 방식 개정, 광석 최저가인상

부가가치 제고 및 수입 확대

[자료: 코트라 수라바야 무역관 종합]


특히 2025년 12월 Bahlil Lahadalia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이 RKAB 허가 주기를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것은 제도 운영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더욱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 계획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 2026년 감산의 배경 및 정책 목표


인도네시아 정부의 2026년 니켈 생산 감축 결정은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Bahlil Lahadalia 장관은 감산의 세 가지 공식 목표로 ① 니켈 가격 부양, ② 정부 재정 수입 확보, ③ 환경에 유해한 광산 운영 단속을 직접 언급했다.


1) 가격 부양: 공급 과잉의 역습

2022~2023년 중국 자본의 대규모 투자로 인도네시아 제련 능력이 급팽창하면서 글로벌 니켈 시장은 극심한 공급 과잉 상태에 빠졌다. 런던금속거래소(LME, London Metal Exchange) 니켈 가격은 2022년 톤당 최고 4만 달러를 웃돌던 것이 2025년 하반기에는 1만 3,90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가격 하락은 인도네시아 광산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직결됐고, 정부 로열티 수입도 동반 감소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생산 쿼터 감축을 통해 공급량을 인위적으로 줄여 가격을 톤당 1만 9,000~2만 달러 범위에서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실제로 2026년 1월 감산 발표 직후 LME 니켈 선물 가격은 톤당 1만 7,681달러로 반등했으며, 한때 1만 8,440달러를 돌파하며 1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6년 3월에는 킬로그램당 18.15달러로 분기 기준 15% 상승했다. 이 전략은 콩고민주공화국(DRC)이 코발트에 대해 취했던 수출 중단·생산 쿼터 도입 방식과 유사하다.


2) 환경·인허가 정비

2020~2024년 급팽창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업계에는 불법 인허가와 환경 위반 사례가 광범위하게 적발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5년 한 해 동안 400만 헥타르 이상의 광산·플랜테이션·가공시설을 압류하고 약 17억 달러(한화 약 2조 3,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추가로 450만 헥타르를 더 압류할 계획이다.

대표적 사례로, 북말루쿠주(Maluku Utara)의 PT Weda Bay Nickel은 산림 허가 위반으로 광산 부지 148헥타르에 대한 제재를 받았으며, 관련 벌금은 약 3조 루피아(한화 약 1,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RKAB 쿼터 개편은 이처럼 환경 준수를 RKAB 할당 조건으로 명시함으로써 생태 훼손 속도를 늦추려는 목적도 담고 있다.


3) 다운스트림 산업 고도화

인도네시아 정부의 핵심광물 전략의 최종 목표는 채굴부터 배터리 생산·완성차 조립에 이르는 전기차(EV) 가치사슬 전체를 자국 내에 구축하는 것이다. 2020년 니켈 원광 수출 금지 이후 중국 자본은 인도네시아 니켈 공급망에 약 30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단순 원광 수출국이던 인도네시아는 니켈 매트(Nickel Matte), MHP(Mixed Hydroxide Precipitate) 등 고부가가치 중간재 생산국으로 빠르게 변모했다. 2026년 말에는 CATL이 인도네시아 배터리공사(IBC, Indonesia Battery Corporation)와의 합작으로 서부자바주 카라왕(Karawang)에 배터리 공장을 단계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RKAB 쿼터 감축은 이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원광 과잉 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이 다운스트림 투자 유인을 약화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 글로벌 공급망 파급 효과


1) 수급 구조의 극적 역전

RKAB 감산은 글로벌 니켈 수급 구조를 단기간에 뒤집었다. 세계니켈연구그룹(INSG, International Nickel Study Group)은 2026년 4월 회의에서 글로벌 1차 니켈 생산량을 371.5만 톤, 소비량을 374.7만 톤으로 전망하며 약 3만 2,000톤의 공급 부족을 예측했다. 이는 2025년 28만 3,000톤 공급 과잉에서 불과 1년 만에 수급이 극적으로 역전된 것이다. INSG는 불과 반년 전인 2025년 10월에는 2026년을 26만 톤 공급 과잉으로 전망했었으나, 인도네시아의 RKAB 감축과 광석 최저가격 개정 효과를 반영해 전망을 180도 수정했다.


2) 주요 산업별 파급 효과

니켈은 스테인리스강(전체 수요의 약 70%), EV 배터리 양극재, 항공우주 소재 등 다양한 산업에 사용된다. 이번 RKAB 감산의 파급 효과는 산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니켈 생산 감산에 따른 산업별 파급>

산업

파급 내용

EV 배터리

니켈계 양극재(NCA·NCM) 원료 조달 비용 상승

스테인리스강

원료 가격 상승→제품 원가 증가, 유럽·아시아 제철소 영향

항공우주·방산

초합금 원료 공급 차질, 대체재 없어 높은 비용 부담

한국 배터리 소재

양극재·전구체 제조 원가 압박, 공급처 다변화 필요

[자료: 코트라 수라바야 무역관 종합]


3) 제련소 가동률 압박

RKAB 쿼터 감축은 인도네시아 자국 제련소에도 타격을 준다. 인도네시아 제련소가 최대 가동률을 유지하려면 연간 3억 4,000만~3억 5,000만 톤의 원광이 필요하지만, 2026년 RKAB 상한선은 약 2억 5,000만~2억 6,000만 톤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최대 1억 톤에 이르는 공급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포럼(FINI, Forum Industri Nikel Indonesia)은 올해 국내 제련소 가동률이 90%에서 최저 7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4) 필리핀산 수입 급증과 공급망 재편

국내 원광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필리핀산 니켈 광석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FINI는 2026년 필리핀산 광석 수입량이 3,0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단순한 공급국에서 수입국으로도 기능하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한편 서호주는 2026년 4월, 2024~2025년 가격 붕괴로 문을 닫았던 니켈 광산의 재가동을 위해 무이자 대출 프로그램을 내놓는 등 대체 공급원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 정책의 불확실성과 리스크 요인


1) 쿼터 완화 가능성

인도네시아의 RKAB 정책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Bahlil Lahadalia 장관은 2026년 3월 Prabowo Subianto 대통령과의 회담 후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생산 계획을 신중하게 완화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영 광산기업 Antam(PT Aneka Tambang Tbk)은 실제로 에너지광물자원부의 RKAB 승인에 따라 2026년 니켈 원광 생산 목표를 전년 대비 12.7% 증가한 1,810만 톤으로 설정했다. 1년 단위 허가 전환의 이면에는 이처럼 정책 유연성이 내포되어 있어, 기업들은 연중 쿼터 변동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2) 중동 분쟁발(發) 추가 변수

최근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은 니켈 생산 원가에 새로운 압력 요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HPAL(High-Pressure Acid Leach) 공정에 투입되는 황(Sulfur)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MHP(Mixed Hydroxide Precipitate) 생산 차질 우려가 심화됐다. 2026년 4월 15일부터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니켈 광석 최저가격 산정 방식까지 개정하며 광석 최저가를 인상했다. INSG의 현재 전망에는 이 같은 돌발 변수가 반영되지 않아, 실제 공급 차질 규모는 예측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


3) 중국 의존 구조의 딜레마

인도네시아가 자원 주권 강화와 다운스트림 산업 육성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제련 능력의 75% 이상을 중국 자본이 장악한 상황에서 생산 쿼터를 줄이면, 손해는 중국 기업과 인도네시아 정부가 함께 분담해야 한다. 반면 중국 EV 기업들이 니켈 의존도가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니켈 수요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자원 주권 전략이 수요 구조 변화에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한국 니켈 수입 영향


한국의 對인도네시아 HS 75류 니켈 수입은 절대 금액 기준으로는 크지 않으나(전체 니켈 수입의 1% 미만), 배터리 소재용 니켈 매트(HS 7501)에서는 인도네시아 의존도가 사실상 100%에 가깝다. 또한 HS 72류로 분류되는 페로니켈의 경우 스테인리스강 생산용 원료로 POSCO 등 국내 철강사가 주요 수요처인데, 2025년 인도네시아의 對한국 페로니켈 수출액은 2억 4,427만 달러(HS 7202 전체 기준)로 2023년 9,495만 달러 대비 약 2.6배 급증한 것이 주목된다. 이는 중국 외 수출처 다변화를 도모하는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움직임과 함께, 한국 철강·소재업계의 수입 수요가 회복된 결과로 풀이된다. 2026년 RKAB 감산이 본격화될 경우 페로니켈 및 니켈 매트 가격 상승이 한국 배터리 소재·철강 기업의 원가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 기업 대응 방향

1) 원료 조달 리스크 관리 강화

RKAB의 1년 단위 전환으로 인도네시아산 니켈의 공급량이 연중 변동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양극재·전구체 제조 기업은 기존의 인도네시아 단일 공급 의존 구조를 탈피하여 필리핀, 호주, 캐나다 등 다각화된 공급처를 확보해야 한다. 2025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 내 77억 달러 규모의 양극재 전구체 시설 투자 계획을 철회한 것은 인도네시아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2) 가격 리스크 헤지 전략 마련

LME 니켈 가격은 2025년 하반기 저점 대비 2026년 3월 현재 30% 이상 반등했다. 단기적으로는 추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 쿼터 완화, LFP 배터리 확산, 글로벌 니켈 재고 증가 등 하방 요인도 공존한다. 기업들은 선물환·옵션 등 금융 헤지 수단과 장기 공급 계약을 적절히 결합하여 원가 변동성에 대응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3) IRA·FEOC 규정 준수 공급망 구축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한국 배터리 기업은 인도네시아산 니켈의 중국 자본 연계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IRA의 FEOC 규정은 중국 연계 광물 공급망을 배제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단순히 인도네시아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급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미국·EU와 인도네시아 간의 핵심광물 협력 협정 체결 여부를 주시하면서, 중국 자본과 분리된 인도네시아 현지 조달 구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시사점


인도네시아의 RKAB 제도 개편은 글로벌 니켈 공급망에 '인도네시아 리스크'라는 새로운 변수를 공식화했다. 연간 생산 허가 주기의 단축과 대폭적인 쿼터 감축은 단기적으로 가격 부양과 공급 부족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으며, 이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니켈 수요국 기업들에게 원가 압박과 공급망 재편 과제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병존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가격 안정을 확인하고 쿼터를 완화할 경우 공급 부족은 단기에 그칠 수 있다. 반면 다운스트림 산업 육성 전략이 가속화되고 환경 규제가 강화될 경우, 인도네시아의 원광 공급은 구조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공급국이라는 지위를 바탕으로 '자원 주권' 카드를 쥔 국가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게 이는 위기이자 기회다. 인도네시아와의 파트너십 기반 공급망을 구축하는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원료 조달과 현지 시장 진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RKAB 동향 모니터링과 함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자료: USGS Mineral Commodity Summaries, 인도네시아 투자부, KOTRA 수라바야 무역관 종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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