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정부는 2026년 5월 관보를 통해 철강과 철강제품 전반에 대한 수입관세를 세계무역기구(WTO) 양허관세 수준으로 인상했다. 남아공 국세청(SARS)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관세율표 제72류, 제73류, 제82류, 제83류의 다양한 품목에 적용되며, 관세 인상과 함께 일부 철강제품에 대한 리베이트 제도도 개정됐다. 이번 조치는 남아공 국제무역관리위원회(ITAC)가 2025년부터 진행한 철강 관세 구조 전면 재검토의 결과로, 남아공 철강산업이 저가 수입 증가, 글로벌 공급과잉, 높은 전력 물류 노무비, 국내 생산기반 약화 등 복합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 하에 결정되었다. 관세 인상 폭은 품목별로 상이하나 대체로 10~30% 수준이다. 정부와 ITAC은 이번 조치를 단순한 관세 인상이 아니라 철강산업 보호, 수입 감시 강화, 리베이트 제도 보완, 세이프가드 검토 등을 포함한 종합 대응으로 설명하고 있다. ITAC은 남아공 철강산업이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과 저가 수입 확대 속에서 비상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국내 생산기반의 추가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품목별 관세율 인상폭
이번 관세 개정의 적용 범위는 철강 원재료부터 철강 가공제품, 공구류, 금속제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넓다. 관세율표(HS코드)에 따른 품목별 인상율은 다음과 같다.
① 제72류: 철강 원재료 및 1차 철강제품
철강산업의 상류 부문에 해당하는 품목이 다수 포함된 제72류에는 대표적으로 철강반제품, 열연 냉연 평판압연제품, 도금강판, 합금강, 전기강판, 선재, 봉강, 형강 등이 있다. 이번 조치에서 제72류의 상당수 품목은 WTO 양허관세 수준인 10~15% 수준으로 조정되었다. 특히 평판압연강재, 전기강판, 합금강 제품 등은 10% 인상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품목이 동일하게 인상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 또는 특정 산업에 필수적인 품목에 대해 리베이트 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반제품 빌릿(Billet, 반제품 철강 소재), 알루미늄-아연 도금 코일, H형강, 선재, 레일 등은 현지 생산 여부와 용도 조건에 따라 리베이트 대상이 될 수 있다. 남아공 정부가 단순히 수입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현지 생산이 가능한 품목은 보호하고 현지 공급이 부족한 품목은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정책 방향이 반영된 것이다.
② 제73류: 철강제품 및 구조물
제73류는 철강을 원재료로 한 하류 제품이 포함되는 품목군으로 강관, 관이음쇠, 탱크, 드럼, 와이어로프, 철망, 체인, 나사류, 스테이플, 기타 철강 가공제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부분 15% 관세율 적용 대상이며 용접강관, 무계목강관, 관이음쇠, 탱크, 드럼, 와이어로프, 철망, 체인, 나사류, 스테이플 등 다양한 하류 철강제품이 포함된다. 일부 관이음쇠, 와셔, 철제 욕조 등은 30%까지 인상된 것으로 언급됐다. 그리고 제73류에도 리베이트 조항이 신설되어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특정 인프라 프로젝트에 필요한 강관, 구조재, 철강제품인 경우 리베이트 신청이 가능하다.
③ 제82류: 공구류 및 금속제 절삭, 수공구
이 HS코드에는 수공구, 절삭공구, 교체형 공구, 가정용 칼, 톱, 렌치, 망치, 플라이어, 드라이버 등 금속제 공구류를 포함한다. 이번 조치에서 해당 품목군은 관세율이 20%로 결정되었는데, 철강 원자재 외에도 철강을 활용한 최종 소비재와 산업용 공구까지 범위가 확대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이런 품목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유통시장과 연결되기 때문에 20% 관세가 적용될 경우 최종 판매가 상승, 유통마진 축소, 저가 경쟁국 제품과의 가격 경쟁 심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④ 제83류: 기타 금속제품
이번 관세 조정 대상에는 철강 또는 비금속제 부품과 결합된 기타 금속제품도 포함되었다. 자물쇠, 금속제 부속품, 브래킷, 피팅류, 기타 금속제 소형 제품 등이 해당되며 세율은 세부 HS코드에 따라 달라지지만 15%~30% 수준으로 인상되었다. 단품으로 수입 통관되는지, 완제품의 일부로 통관되는지에 따라 관세 적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수출 전 현지 수입업체 및 관세사와 HS코드 재확인이 필요하다. 단, 이번 관세 인상은 남아공과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영국, EU, AfCFTA 회원국, EFTA 회원국 등 남아공과 무역협정을 보유한 국가로부터의 철강 수입은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HS하위코드별 정확한 관세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간 수시로 개정되므로 해당 링크를 통해 필요한 시기에 정확한 관세율을 확인해야 한다.
* 남아공 관세율표: https://www.sars.gov.za/legal-counsel/primary-legislation/schedules-to-the-customs-and-excise-act-1964/
<남아공 관세율표 확인 방법>

[주: 상기 링크로 들어가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항목을 선택하면 HS코드별 관세를 확인할 수 있음]
[자료 : 남아공 관세청(SARS) 홈페이지]
관세 인상 배경
이번 조치의 가장 큰 배경은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이다. ITAC은 세계 철강시장에서 생산능력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으며 저가 철강제품이 남아공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20년간 중국, 인도, 터키 등 주요 생산국들의 철강 생산능력이 크게 증대되면서 글로벌 공급 압력이 커졌는데, 국제 수요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잉 생산된 철강이 수출시장으로 흘러감에 따라 남아공과 같은 중견 제조국의 철강 산업에 덤핑성 수출 등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ITAC의 시각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EU 등 주요 시장이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세이프가드, 반덤핑관세, 고율 관세 등을 강화했다. 기존 미국, EU 등으로 향하던 물량이 남아공과 다른 시장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러한 무역전환은 남아공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수입 급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저가 철강제품 수입이 증가하면서 남아공 현지 철강기업의 생산과 판매 여건도 악화되었다. 남아공 철강산업은 과거 아프리카 내 대표적인 철강 생산기반을 보유했으나 최근에는 생산량과 고용이 모두 감소하고 있다. ITAC은 2005년 남아공 철강 생산량이 900만 톤을 넘었으나 현재는 그 절반 또는 그 이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고용 측면에서도 2009년 말 기초 철강산업 종사자가 5만 명을 넘었으나 2025년 말에는 절반 이하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아공 대표 철강기업 ArcelorMittal South Africa(AMSA)의 장형강 사업 중단 발표*는 남아공 철강산업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2023년 11월 장형강 사업 철수 방침을 처음 발표한 뒤 2025년 1월 사업 중단 계획을 공식화했으며 이후 정부, 산업개발공사(IDC) 등과의 협의로 일정이 연기됐으나 2025년 9월 재차 폐쇄 절차에 착수했음. AMSA의 장형강 사업 중단으로 약 3,500명의 직접 고용과 수천 명의 간접 고용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됨.
구조적 비용 부담도 철강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ITAC에 따르면 원재료, 노동, 물류, 전기 등 투입비용 상승이 현지 철강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공은 전력요금 상승, 전력공급 불안, 철도 항만 물류 병목, 내륙운송 비용 증가 등이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철강산업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고 원재료 및 제품 운송량이 많아 이런 비용 상승에 특히 취약하다. 즉, 국내 비용구조가 높은 상황에서 저가 수입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이중 압박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ITAC은 관세 회피, 저가 신고, 세관 사기 문제 역시 중요한 원인으로 꼽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수입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ITAC은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품목 분류를 우회하거나 신고가격을 낮추거나 원산지를 우회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관세 인상과 함께 수입허가제, 수입감시제, 기준가격, 신고의무 강화 등 행정적 관리수단도 병행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평가와 주요 쟁점
남아공 정부 입장에서는 철강산업이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라 인프라, 광산, 에너지, 자동차, 건설, 방위산업 등 주요 산업의 기초소재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철강 생산기반이 약화되면 산업안보와 공급망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보호조치를 통해 현지 생산기반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철강협회(SAISI)는 ITAC의 관세 인상 권고 방향을 지지하며 글로벌 무역 왜곡에 대응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철강 품목의 수입 급증은 국내 생산업체의 가동률과 고용 유지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고 있는 바, 관세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첨언했다. 국내 철강산업 안정화를 위해 국내 수요 회복, 수입통제, 긴급조치, 산업정책 등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남아공 철강구조협회(SAISC)는 이번 조치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행 방식과 공급 공백에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일부 현지 생산품은 2009년 당시와 같은 물량으로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이 충분하지 않은 규격과 사양의 철강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수입업체는 주문을 늦추고 현지 생산업체는 즉시 대체 공급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럴 경우 건설 프로젝트 지연, 인프라 비용 상승, 수출 제조업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관세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거나 일정 기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순히 원산지를 따지기보다 품질과 성능을 신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품질인증, 추적 가능성, 공급망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제조업계도 관세 인상에 우려를 표했다. BMW South Africa와 Ford Motor 등 OEM 제조사들은 철강 투입비 상승이 자동차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아공 자동차산업은 수출 비중이 높은데 자동차 생산에는 고품질 강판, 특수강, 부품용 철강소재가 필요하며 일부 품목은 현지에서 충분히 조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관세 인상은 완성차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수출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철강산업 보호와 하류 제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
이번 남아공의 철강제품 수입관세 인상은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남아공은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EU, 영국 등 협정이 체결되어 있는 국가들과 달리 일반 관세율을 적용받게 되면 한국 제품의 수출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철강을 직접 수출하지 않는 기업도 간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남아공의 전력, 수자원, 항만, 철도, 광산 등 인프라 프로젝트에는 강관, 구조재, 금속 부품, 플랜트 기자재 등이 폭넓게 사용되는데 관세 인상으로 소재와 부품 가격이 상승하면 프로젝트 원가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남아공 정부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철강제품에 대해 리베이트 제도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특수강, 특정 규격의 강관, 대형 형강 등 현지 공급이 부족한 품목은 리베이트 적용 가능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더욱이 향후 관세 회피 방지 조치가 강화될 경우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은 원산지 증명, 품질인증서 등 관련 서류를 면밀히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사점
이번 조치는 남아공 정부가 철강산업을 단순한 일반 제조업이 아니라 인프라, 건설, 자동차, 광산, 에너지 등 주요 산업을 뒷받침하는 전략산업이자 고용의 큰 부분을 책임지는 주요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은 남아공 시장을 단순 수출시장으로만 접근하기보다 산업정책과 통상규제가 함께 작동하는 시장으로 이해해야 한다. 대부분의 품목은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현지 생산이 부족한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이나 프로젝트 맞춤형 기자재는 리베이트 제도와 품질 차별화를 통해 시장 진입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 가격경쟁보다 품질, 특수 규격 대응, 안정적 공급, 현지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지 바이어와 함께 리베이트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초기 단계부터 관세 및 통관 리스크를 반영한 견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 ITAC, SARS, 남아공 정부 관보, Business Day, Forbes Africa, Business Report, SAISC, Engineering News, KOTRA 요하네스버그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