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 원 메가 프로젝트, 자하 하디드 설계로 본격화


에티오피아에서 아프리카 대륙 최대 규모의 신공항 사업이 본격화되었다. 에티오피아 항공그룹(EAG)은 2026년 1월 10일 아비 아흐메드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비쇼프투 국제공항(BIA) 착공식을 개최했다.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에서 약 40km 떨어진 35㎢ 부지에 조성되는 그린필드(Greenfield, 미개발 부지에 신규 건설하는 방식)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25억 달러(약 18조 원)에 달하며, 2030년 1단계 완공 시 연간 6천만 명, 최종 완공 시 연간 1억 1천만 명의 여객을 처리하게 된다. 이는 여객 처리량 기준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인 애틀랜타 공항(2025년 기준 1억 6백만 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1단계 공사에서는 대형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Code 4E급(대형기 수용, 에어버스 A330 기준) 평행 활주로 2개와 연면적 66만㎡ 규모의 터미널이 들어선다. 설계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축으로 잘 알려진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Zaha Hadid Architects)가 맡았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던 베이징 다싱 공항(약 110억 달러, 연간 1억 명 규모)의 사례를 볼 때, 비쇼프투 신공항 역시 신흥국 메가 허브 공항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의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비교군으로는 이스탄불 공항(약 120억 달러)과 두바이 알막툼 공항 확장 사업(약 350억 달러)을 꼽을 수 있다.


에티오피아가 아프리카 항공을 선도하는 이유


에티오피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동아프리카의 다른 지역 허브로 평가되는 케냐보다 낮지만, 항공 산업 만큼은 케냐를 압도하고 있다. 현재 에티오피아 항공은 151대의 항공기를 운영 중이며 26년 1월에도 787-9 9대를 추가 발주한 상태다. 반면, 케냐 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39대로 확인되며 확정된 추가 발주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2000년까지만 해도 30만 석에 불과했던 두 항공사의 공급 좌석 격차는 2024년 기준 에티오피아 항공 2,770만 석, 케냐 항공 630만 석으로 무려 4.5배나 벌어졌다.

이는 명확한 '거점(허브)' 전략이 가져온 결과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아디스아바바를 아프리카의 메인 허브로 만든다'는 일관된 목표 아래 촘촘한 환승 연결망을 구축했다. '비전 2025(Vision 2025)'를 조기에 달성한 데 이어, 현재는 향후 10년간 보유 기종을 2배가량 늘리는 '비전 2035(Vision 2035)' 계획을 적극적으로 실행 중이다. 아프리카 대륙 중앙부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덕분에 중동, 아시아, 유럽을 잇는 환승 거점으로도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실제로 2025년 기준 볼레 국제공항의 이용객 수는 1,900만명으로 추산, 공항 최대 수용객 수인 2,500만명에 근접한 상황이다.

포화에 다다른 볼레 공항, 신공항은 필수


따라서 신공항 건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에티오피아 당국은 볼레 공항이 향후 2~3년 내에 수용 한계치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스핀 타세우(Mesfin Tasew) 에티오피아 항공 그룹 CEO는 "현재 연간 약 2,500만 명의 여객을 처리하는 볼레 공항은 이미 한계에 근접했다"며, "1단계 공사가 완료되는 2030년이면 비쇼프투 신공항이 연간 6천만 명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지 확보 등 여러 물리적 여건상 볼레 공항을 더 이상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EAG 측의 판단이다.

사업주체 재무 체력: 매출 76억 달러의 흑자 항공사


18조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을 이끄는 에티오피아 항공의 재무 건전성 또한 매우 양호하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2024/2025 회계연도에 매출 76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8% 증가한 실적을 냈고, 당기순이익은 23/24년 기준 약 4억 달러를 기록하며 아프리카 최대 규모이자 가장 수익성이 높은 항공사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같은 기간 동안 여객 1,910만 명, 화물 약 78만 5천 톤을 수송했다. 지난 10년 사이 여객 수송량이 3배나 급증했으며, 현재 전 세계 144개 취항지를 운영 중이다.

다만, 회계상 EAG의 실적은 순수 항공운송업뿐만 아니라 호텔 및 공항 운영 등 그룹 전체의 사업을 포함한 수치이므로 타 항공사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또한 국영기업으로서 에티오피아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흑자 기조와 압도적인 매출 규모는 전체 사업비의 30%를 자체 자본으로 조달하겠다는 EAG의 자신감을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자료: 에티오피아 항공 기사 등을 토대로 KOTRA 아디스아바바 무역관 재구성]

국가간 수주연계형 재원조달 경쟁 구도


이번 사업은 EAG가 총사업비의 30%를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 70%는 외부 차입으로 충당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여러 강대국이 프로젝트 참여를 적극적으로 타진하며 다자간 및 양자간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이 초기 금융 주선 기관으로 참여했으며, 기술 자문은 다르 알 한다사(Dar Al-Handasah), 재무 자문은 KPMG, 법률 자문은 클라이드 앤 코(Clyde & Co)가 각각 맡았다. 2025년 11월 모로코 라바트(Rabat)에서 열린 아프리카 투자 포럼에서는 약 48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 의향서(LOI, Letter of Intent)를 성공적으로 확보했다.

각국의 금융 지원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은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10억 달러 이상의 금융 지원 및 보증 보험 제공 등을 검토 중에 있다. 이탈리아는 2026년 3월부터 자국 금융기관의 참여를 논의 중이고, 중국 역시 같은 해 4월 중국은행 등과 재원 조달을 협의하는 등 다각적인 금융 채널이 동시에 가동되고 있다. 즉, 어느 국가가 자금을 조달하느냐가 곧 해당 국가 기업의 프로젝트 수주로 직결되는 전형적인 금융 연계 수주전의 양상도 띄고 있다. 다만 에티오피아 정부의 채무 이행능력과 실제 금융구조화의 가능성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EPC 입찰 숏리스트에 국내 기업 포함


이번 사업의 메인 EPC-F(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and Financing, 설계·조달·시공 및 금융) 4개 패키지에 대한 사전자격심사(PQ, Pre-Qualification)는 이미 완전히 종료되었다. 심사 결과 숏리스트(Shortlist, 압축 후보군)에는 국내 기업 S사를 포함하여 총 4개 컨소시엄이 선정되었다. 즉, 원청 EPC를 따내기 위한 1차 경쟁은 이미 마무리된 셈이다. 따라서 향후 과제는 첫째, 국내기업이 본 입찰에서 최종적으로 수주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에 집중하는 것, 둘째, 국내기업 수주 시 밸류체인에 포함된 한국의 우수 기자재 및 전문 공종 협력사들이 동반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한국의 에어포트 시티 모델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 전략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차별화된 카드는 단순한 EPC 본공사 수주에 그치지 않고, 공항 주변부와 배후 지역 개발에 있다. EAG 측에 제안한 비쇼프투 신공항 배후단지인 '에어포트 시티(Airport City)' 조성 사업을 재정경제부의 지식공유프로그램(KSP) 방식으로 추진이 검토 중이다. 이러한 제안의 배경에는, 비쇼프투 신공항이 단순히 인프라와 활주로만 짓는 사업이 아니라 쇼핑몰, 호텔, 레크리에이션 시설은 물론 아디스아바바 도심을 잇는 철도와 고속도로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에어포트 시티'로 구상되었다는 점이 작용했다.

한국의 핵심 제안은 이 배후 도시를 한국형 '트리플 포트(Tri-Port)' 모델(인천국제공항, 영종 물류시티, 송도 스마트시티의 결합)로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4대 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송도형 사물인터넷(IoT), 5G, 인공지능(AI) 기반의 첨단 도시 관리 체계를 갖춘 'K-스마트시티 통합 인프라'다. 둘째, 인천 경제자유구역(IFEZ) 모델을 접목한 경제자유구역(FEZ, Free Economic Zone) 및 항공 물류망을 아우르는 '글로벌 화물 허브 및 경제자유구역'이다. 셋째, 항공정비(MRO, 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클러스터 및 항공테크 전문 아카데미 설립을 통한 '항공 산업 생태계 조성'이다. 넷째, 환승객을 위한 관광 프로그램 및 복합 리조트 조성을 포함하는 '레저 및 MICE(회의·관광·컨벤션·전시) 관광 거점화'다.


이는 단순한 건설 수주를 넘어 공항의 경제적 활용도와 투자 유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적 밑그림'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관련 제도 및 표준 수립 단계부터 한국의 레퍼런스를 선점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다. 한국형 모델이 지닌 경쟁력의 근거는 이미 충분하다. 인천국제공항은 세계공항서비스평가(ACI ASQ)에서 입증한 최상위권의 운영 노하우를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필리핀 등지에 성공적으로 수출해 왔다. 또한 송도와 청라 국제도시는 인천국제공항의 기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첨단 스마트시티를 일궈낸 살아있는 성공 사례다. 세계적으로 공항을 건설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만, 공항 도시 전체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국가는 드물다. 바로 이 점이 한국만의 독보적인 차별화 지점이다.

시사점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메인 EPC, 공항 시스템, 배후단지 조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출이 가능하다. 우선 메인 EPC 분야에서는 국내기업의 본 입찰 최종 수주와 협력사들의 동반 진출이 가장 중요한 1차 관문이 될 것이다. 본 공사와 별도로 발주되는 수하물 처리, 보안 검색, 항공 관제 등 공항 시스템 분야 역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세계적으로 검증을 받은 한국 기업의 강점이 십분 발휘될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 에티오피아 정부에 제안한 '에어포트 시티' 배후단지 조성은 한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노려야 할 핵심 타깃이다. K-스마트시티 및 ICT 솔루션 접목은 물론, 에티오피아의 화훼 및 농산물 수출 특성을 살린 콜드체인 물류 연계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아가 KSP(지식공유프로그램) 등 기술지원(TA) 사업을 통해 초기 제도 형성 단계부터 '한국형 표준'을 이식한다면 더욱 확고한 진출 교두보가 될 것이다.



자료: Ethiopian Airlines Group, CAPA, The National, Skift, Gulf News, Dubai Airports, Blackridge Research, KOTRA 아디스아바바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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