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화풍의 '평안감사향연도' 중 일부. 자료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고유선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은 선조들의 글과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차분한 조명과 고요한 분위기 속을 걷다 보면 그 정적을 단숨에 깨는 전시를 만날 수 있다. 바로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다. 익숙한 풍속화를 넘어 산수와 화조, 궁중기록화까지 김홍도(1745~1806)의 폭넓은 예술 세계를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김남준)이 6월 19일 국립중앙박물관의 글로벌 홍보대사로 위촉된 후 첫 공식 행보로 이 전시를 관람했다.


서화실 내 회화2실에서 진행 중인 전시는 김홍도의 대표작이자 보물인 '단원풍속도첩' 총 25점 가운데 '무동'과 '씨름' 등 11점을 공개한다. 김홍도의 풍속화가 지금도 사랑받는 이유는 화면 속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 때문이다. 훈장에게 회초리를 맞고 바짓단을 추스르는 아이, 힘을 겨루는 씨름꾼과 숨죽여 지켜보는 구경꾼, 기와를 올리는 일꾼들의 분주한 손놀림까지. 그림 앞에 서 있으면 금세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김홍도는 산수화와 화조화(花鳥畫)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전통적인 화원(畫員) 화풍은 물론 서양화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기량을 발휘했다. 전시의 백미는 말년에 그린 '기로세련계도'(일명 만월대계회도)다. 개성 만월대에서 열린 원로들의 모임을 담은 이 작품에는 300명 가까운 인물이 등장한다. 화면 위쪽에는 송악산의 장대한 풍경이 펼쳐지고 아래쪽에는 떠들썩한 잔치가 한창이다. 잔칫상을 받은 64명의 노인 외에 시종, 구경꾼까지 각각의 표정과 몸짓을 놓치지 않은 작품은 김홍도 예술의 절정을 보여준다.


김홍도가 51세에 그린 '총석정도'는 먹의 농담만으로 안개에 잠긴 총석정의 기둥을 표현했다. 파도에 놀라 날아오르는 두 마리 새가 화면에 생동감을 더한다. 60세에 그린 '노매도'는 세월을 견딘 매화 등걸에서 새순이 돋아나 꽃망울을 터뜨리는 순간을 포착했다. 번지는 먹과 절제된 채색만으로도 은은한 매화 향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회화3실에서는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린다. 김홍도 화풍의 궁중 채색장식화 '평안감사향연도'에는 250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한다. 백성들의 일상과 잔치 풍경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국립중앙박물관 인기 기념품인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 세트' 속 술 취한 선비들도 발견할 수 있다. 거대한 화면 속 인물을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는 마치 숨은그림찾기책 '월리를 찾아라!'에서 주인공 '월리'를 찾는 듯하다.


회화1실에서는 김홍도와 그의 스승 강세황(1713~1791)의 특별한 인연을 조명한다. 두 거장은 스승과 제자를 넘어 서로의 예술 세계를 인정한 벗이었다. 강세황은 김홍도의 그림을 두고 "한번 붓을 대기만 하면 사람들이 모두 손뼉 치며 기이하다고 외치지 않는 자가 없었다"고 극찬했다. 전시장에는 강세황의 '자화상'과 함께 그의 감상평이 남아 있는 김홍도의 '서원아집도', '행려풍속도' 등이 전시돼 두 거장의 예술적 교감을 엿볼 수 있다.


풍속화가라는 이름은 김홍도를 설명하는 수많은 얼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조선 최고의 이야기꾼이자 산수화가, 기록화가인 김홍도를 만나려면 서둘러야 한다. 전시는 8월 2일까지다.


수백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김홍도의 '기로세련계도'. 자료 개인소장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


전시기간5월 4일~8월 2일
전시장소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
전시품김홍도 '단원풍속도첩' 등 50건 96점
운영시간월·화·목·금·일요일 9:30~17:30
(입장 마감 17:00),
수·토요일 9:30~21:00
(입장 마감 20:30)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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