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튀르키예와 말레이시아 간 방산 분야 협력이 활기를 보이고 있다. 2025년 2월 말레이시아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개최됐으며, 2026년 1월에는 튀르키예에서 양국 정상이 다시 만나 방산 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논의했다.
2025년 2월 정상회담에서는 방산 분야에서 두 건의 협정이 체결됐다. 첫 번째는 정부 간 방산 조달 및 국방 물자 공동위원회 설립(Implementation rules for a joint committee on the procurement of defense products between Türkiye and Malaysia)에 관한 것으로, 튀르키예 방위산업청장과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이 서명했다. 두 번째는 통신 시스템 분야의 전략적 협력에 관한 외교 공한 교환(An exchange of diplomatic notes regarding strategic cooperation in the field of communication systems)으로, 말레이시아 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과 튀르키예 방위산업청 간에 체결됐다.
2026년 1월 양국 정상이 다시 만났을 때는 방산 분야 협력과 관련해 튀르키예의 데산(DESAN) 조선소와 말레이시아 내무부 간에 다목적 임무함 구매 수락서(a letter of acceptance for the purchase of a multipurpose mission ship)가 체결됐다. 동건은 튀르키예 데산 조선소가 말레이시아와 약 8364만 달러 규모의 다목적 임무함(MPMS 2) 1척을 건조·공급하는 계약이다. 해당 함정은 길이 99m로 고속정, 무인항공기, 헬리패드 등을 갖추고 있으며 최대 30일 연속 항해가 가능하다. 무장·전자·통신 시스템은 아셀산(ASELSAN)과 하벨산(HAVELSAN) 등 튀르키예 방산업체가 통합 참여한다. 앞서 동일 사양의 1번함도 건조 중이며 2027년 말 인도될 예정이다.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튀르키예-말레이시아 방산 협력
2026년 4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DSA(Defence Services Asia) 전시회에서는 양국 기업 간 협력 논의가 확대됐다. 아셀산(ASELSAN)은 말레이시아 국영 방산·산업 기업인 부스테드(Boustead)와 위성통신 솔루션 및 해상 시스템 분야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누롤 마키나(Nurol Makina)는 현지 기업 Nadicorp과 장갑차 생산 및 동남아시아 수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다. 해당 협정은 차량 공급을 넘어 장갑차 플랫폼의 말레이시아 내 현지 생산, 기술 이전, 그리고 동남아 지역 공동 수출 전략을 포함한다. 이를 통해 누롤 마키나는 동남아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말레이시아를 지역 내 장갑차 정비·보수·생산 허브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벨산(HAVELSAN)은 말레이시아 MIMOS International Venture와 인공지능 기반 군사 시스템 및 시뮬레이션 분야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튀르키예항공우주산업(TAI, Turkish Aerospace Industries)도 DSA 2026에 참가하였다. TAI는 무인항공기와 휴르제트(Hürjet) 사업을 중심으로 말레이시아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에 거점을 운영하며 12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어 방산 분야에서 양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시회 기간 중 말레이시아 총리가 TAI 부스를 방문해 휴르제트 모형에 서명한 사실도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근래 튀르키예와 말레이시아 간 방산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말레이시아 해군 연안 임무함(LMS Batch 2) 사업에서 튀르키예의 아다(Ada)급 초계함이 선정된 사례가 있다. 2024년 튀르키예 방산기업 STM은 말레이시아 해군과 전투함 3척 공급 계약을 체결하였다. 해당 함정은 길이 약 100m, 배수량 약 2500톤 규모로 헬리콥터 착륙이 가능한 비행갑판을 갖추고 있으며 100명 이상의 승무원이 탑승할 수 있다. 해당 플랫폼은 튀르키예의 밀젬(MİLGEM) 프로젝트 기반 설계로 개발된 자국 설계 기반 함정이다. 이는 튀르키예가 제조 뿐 아니라 설계 및 체계 통합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자료: STM 홈페이지]
최근 튀르키예와 말레이시아가 협력하는 경전투기, 장갑차 등의 분야는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오랜 기간 협력해 온 영역과도 중첩된다.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대표적으로 말레이시아 공군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M 18대를 도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는 공군 전력 현대화 사업의 핵심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또한 1993년에는 K200 장갑차를 도입한 바 있다. 2025년에는 한국 방위사업청과 말레이시아 국방부 간 방산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었다. 이는 전투기, 함정, 유도무기 등 주요 현대화 사업에서 양국 정부 및 기업 간 협력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최근 튀르키예와 말레이시아의 방산 협력 확대는 한국과 튀르키예가 동남아 시장에서 일부 경쟁 관계에 놓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튀르키예-한국 협력 기반의 제3국 공동 진출 가능성 확대
하지만 양국의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상호 보완적 협력 가능성도 크다. 튀르키예는 함정 및 장갑차 등 플랫폼의 설계·건조 역량을 축적해 왔으며, 한국은 미사일과 레이더 등 정밀 무기체계 분야, 소위 콘텐츠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경쟁 관계를 넘어 협력 시너지 창출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튀르키예의 말레이시아 초계함 수출 사업에서는 이러한 협력 가능성이 실현되었다. 앞서 언급한 DSA 2026 전시회에서 한국산 해궁(K-SAAM) 함대공 미사일의 수출 계약이 말레이시아 국방부와 체결되었다. 해당 미사일은 단거리 방어체계로서 대함 미사일 및 항공기 요격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중모드 탐색기와 수직발사체계를 통해 운용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계약 규모는 약 9400만 달러이다. 이 사례는 튀르키예의 플랫폼과 한국의 콘텐츠 즉 정밀 무기체계 및 전자장비가 결합된 협력 모델로 평가된다. 튀르키예 방산기업 STM이 건조한 아다급 초계함에 한국산 체계가 탑재되어, 해외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수출이 성사된 사례로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의미 있는 수출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양국 간 협력 모델은 육상 장비 분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튀르키예의 방산 기술 역량이 고도화되면서, 한국의 플랫폼 기술과 튀르키예의 센서 및 전자장비 기술이 결합되는 형태의 협력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튀르키예 방산기업 아셀산의 발표에 따르면, 동사는 2025년 한국 기업과 총성 탐지 시스템 SEDA 100의 공급 및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해당 시스템은 탄환 발사음을 감지해 사격자의 위치를 식별함으로써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한국 측 차세대 차륜형 장갑차인 Tigon 8x8 장갑차에 통합된 형태로 2026년 2월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된 세계방산전시회(World Defense Show)에 전시되기도 했다. 이번 협력은 플랫폼 기반 기동체계와 튀르키예의 첨단 센서 기술이 결합된 사례로, 한국과 튀르키예 간 방산 협력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아셀산 전시관>

[자료: 아셀산 홈페이지]
시사점
튀르키예와 말레이시아 간 방산 협력은 함정, 장갑차, 항공, AI 및 전자체계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며,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전략적 방위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 설계·건조 및 시스템 통합 역량을 보유한 튀르키예와 이를 기반으로 지역 생산 및 수출 기반 확대를 추진하는 말레이시아의 협력은 양국의 지역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견인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과 튀르키예가 동일 시장에서 부분적으로 경쟁 구도에 놓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도는 배타적 경쟁이라기보다는 산업 구조적 보완성을 바탕으로 한 확장적 협력 가능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튀르키예가 함정·장갑차 등 플랫폼 중심의 설계 및 생산 역량을 축적해 왔고, 한국은 유도무기, 레이더, 전자전 체계 등 고성능 핵심 장비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양국 기술의 결합은 통합 진출 패키지 구성 측면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제3국 시장에서는 개별 기업 간 경쟁보다 통합 솔루션 제공 역량이 중요한 만큼, 양국 협력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과 튀르키예는 발전적 경쟁 관계를 기반으로 공동 개발, 기술 통합, 패키지형 수출 등 다층적 협력 모델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동남아, 중동, 중앙아시아 시장에서 공동 진출 전략을 구축할 경우 글로벌 방산 공급망 내 입지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접근은 개별 국가 차원의 역량 확대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자료: 현지 언론보도(Daily Sabah, AA Turkiye Today 등), 기업 발표자료(STM, Aselsan 등), 튀르키예 정부 자료, KOTRA 이스탄불무역관 보유자료 등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