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6시, 세종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는 요란한 재난문자 알림에 잠을 깼다. 밤사이 시간당 30~50㎜ 안팎의 강한 비가 쏟아지면서 세종과 충북 청주·보은에 홍수경보가 내려진 참이었다.
대전과 세종, 충남·북, 전북 일대에 크고 작은 시설 피해가 잇따르자,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7시 김광용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로 관계기관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후에도 비가 그치지 않아 청주 옥화1교와 수석 소하천 등 일부 지역이 범람하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홍수특보 지역 주민을 안전한 곳으로 즉시 대피시키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 기상청은 10일까지 수도권과 강원도를 중심으로 강한 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 5월 22일,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특히 6~7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예고된 '많은 비'가 현실이 된 셈이다.
정책브리핑은 가상의 직장인 김씨의 하루를 따라가며, 재난과 무더위 속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올여름을 나기 위해 무엇을 알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짚어 봤다.
◆ 달라진 신호…새 특보와 4단계 위기경보
김씨가 받은 재난문자는 올여름 한층 촘촘해진 기상 알림 체계의 일부다.
기상청은 6월 1일부터 폭염특보에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하고, 밤사이 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열대야주의보'도 새로 도입했다.
호우 대응도 강화됐다. 시간당 100㎜ 수준의 재난성 호우가 예상되면 읍·면·동 단위로 긴급재난문자가 추가 발송되고, 호우특보가 언제 풀릴지 미리 알려주는 '해제예고제'도 수도권에서 시범 운영된다.
전국 특보구역은 183개에서 235개로 세분화돼, 사는 지역에 맞는 기상정보를 더 정확하게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재난 대응 수위를 나타내는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운영된다. 폭염과 풍수해, 산사태를 같은 틀로 관리하며 상황에 따라 대응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 출근길부터 달라지는 행동요령…하천변보다 우회로 선택
이날 출근길, 김씨는 평소 지나던 하천변 도로 대신 큰길로 돌아 나섰다.
이날 오전 긴급 점검회의에서 김광용 본부장은 "내일까지 많은 양의 비가 예보된 만큼 국민들께서도 하천변과 지하공간, 저지대 출입을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작은 위험이라도 감지되면 올해부터 전국으로 확대된 주민대피지원단을 가동해, 스스로 대피하기 어려운 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선제적으로 대피시킨다는 방침이다.
운전대를 잡은 김씨는 평소보다 속도를 늦췄다. 최근 5년 통계를 보면 7월은 연중 비가 가장 많이 오는 달인 동시에 빗길 교통사고와 인명피해가 가장 많은 달이다.
젖은 도로에서는 제한속도의 20%, 폭우로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일 때는 50%까지 속도를 줄여야 한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새벽과, 사고가 몰리는 저녁 퇴근길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김씨는 이번 주말에 가려던 계곡 나들이를 접었다. 산림청은 많은 비가 예보되면 시·도별로 산사태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위험 시 국립자연휴양림 예약 취소나 등산로 통제 같은 조치를 선제적으로 시행한다. 계곡과 하천은 짧은 시간에 물이 불어 급류로 바뀌기 쉬운 만큼, 비 소식이 있으면 물가에 다가가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 비가 멎어도 끝이 아니다
비가 그친 뒤에도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호우와 관련해, 비가 멎은 뒤에도 급류에 휩쓸릴 위험이 남아 있는 만큼 안전이 충분히 확보된 뒤에 주민을 귀가시키고, 누적된 비로 산사태가 우려되는 곳은 선제적으로 통제·대피시키라고 지시했다.
행정안전부는 호우 피해 이재민을 위한 맞춤형 구호 서비스도 마련했다. 대피가 길어질 상황에 대비해 초기에는 체육관·학교 강당 같은 집단시설을, 중기에는 개별 숙박시설을, 장기화되면 조립주택과 임대주택을 단계적으로 지원한다. 구호물품도 피해 정도에 따라 나눠 지급하고, 주말이나 야간에도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비상 체계를 갖췄다.
물에 잠겼던 지역에서는 수인성 감염병과 눈병·피부병이 늘기 쉬운 만큼, 손씻기 같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음식은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기본이다.
◆ 부모님 안부도 미리 확인…폭염 대응도 달라졌다
한편, 김씨의 마음에 하루 종일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 남쪽 지방에 홀로 계신 어머니다. 그는 얼마 전 행정안전부 '안전디딤돌' 앱에 부모님 거주지를 등록해 뒀다. 그 지역에 특보나 재난문자가 발령되면 자녀에게도 같은 정보가 전달돼, 때 맞춰 안부 전화를 걸 수 있다.
이번 주 어머니가 사는 지역은 더위가 문제였다. 질병관리청 분석에 따르면 체감온도가 38도에 이르면 사망 위험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그 위험은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홀로 사는 사람에게 특히 크게 나타난다.
질병관리청은 어르신을 비롯한 대상별 온열질환 예방 행동요령을 마련해 배포했다. 더위를 피하기 어려울 때는 행정복지센터·도서관 등에 마련된 무더위쉼터를 이용할 수 있고, 온열질환이 의심되면 119 폭염구급대에 24시간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기상청과 질병청이 함께 제공하는 '온열질환 발생 예측정보'로 부모님 지역의 위험도를 사흘 전까지 미리 확인할 수도 있다.
기상청은 올여름 비가 6~7월에 집중되고 8월에도 평년 수준의 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마가 물러가도 국지성 호우와 무더위가 번갈아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올여름 정부는 폭염특보와 호우 예보를 세분화하고, 주민 대피와 취약계층 보호, 응급의료 대응까지 재난 안전망을 한층 강화했다.
하지만 안전은 정부의 대응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직장인 김씨처럼 아침 재난문자를 흘려듣지 않고, 기상정보와 상황별 행동요령을 미리 익혀두는 것. 달라진 신호를 제대로 읽는 일이 이번 여름을 건강하게 나는 가장 확실한 준비다.
정책브리핑 김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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