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K-푸드 시장 확대와 경쟁 심화
싱가포르는 식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시장으로, 전체 식품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18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서 식품을 조달하고 있다. 이러한 개방성은 한국 F&B 기업을 포함한 해외 식품 브랜드에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소매, 외식, 이커머스 채널 전반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2024년 싱가포르 식품 소매 시장 규모는 약 120억 달러, 외식 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100억 달러로 추정된다.
동시에 싱가포르 내 한국 식품의 인지도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K-드라마, K-팝, K-뷰티 등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에 힘입어 한식에 대한 수요는 한국식 바비큐, 비빔밥, 부대찌개, 빙수 등 기존에 익숙한 메뉴를 넘어 확대되고 있다. 현지 언론 The Straits Times에 따르면, 2024년 싱가포르 내 K-푸드 열풍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으며, 7개월 동안 최소 10개의 신규 한국 식당이 문을 열었다. 한국 식당, 카페, 그로서리, 팝업 행사 등이 확대되는 흐름은 한국 식품 수요가 외식에만 국한되지 않고, 가정 내 소비, 온라인 구매, 프리미엄 선물 수요로도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당 외에도 한국 식품은 소매, 이커머스, 팝업 행사를 통해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 Takashimaya Square 등 주요 유통 공간에서 열린 한국 식품판촉전은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으며, 이커머스 기반 그로서리 업체들은 한국 김치, 과일, 수산물, 특산 식재료 등을 싱가포르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 내 한국 식품의 확산은 한국 기업에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이미 다양한 수입 식품이 널리 유통되는 시장에서, 해외 F&B 제품이 초기 소비자 관심을 넘어 보다 폭넓은 시장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FHA 2026 전시회에서 확인한 식품산업 변화 흐름
이러한 질문을 살펴보기 위해 KOTRA 싱가포르 무역관은 아시아의 주요 식품·호텔 산업 전시회 중 하나인 FHA 2026를 방문했다. FHA 2026은 기존에 별도로 개최되던 FHA-Food & Beverage와 FHA-HoReCa를 하나의 대규모 통합 전시회로 재편한 행사로, 식음료, 식재료, 가공 및 패키징 기술, 베이커리·제과, 와인 및 주류, 호텔·외식·케이터링 장비와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2026년 전시회는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싱가포르 엑스포 10개 홀에 걸쳐 개최됐으며, 11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서 2,750개 이상의 참가사가 참여하고 약 7만~8만 명의 업계 관계자가 방문했다. 글로벌 식품 제조사, 유통업체, 호텔·외식업체, 산업 협회 등이 참여한 이번 전시회는 변화하는 식품산업 트렌드를 관찰하고, 해외 F&B 제품이 싱가포르 및 동남아 시장에서 어떻게 포지셔닝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유용한 플랫폼이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혁신과 지속가능성이 주요 테마로 부각됐다. FutureFWD와 Sustainability Summit 2026 등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식품 기술, 자동화, 디지털 플랫폼, 지속가능한 조달, 순환경제 기반 F&B 모델, 할랄 시장 확대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OTRA 싱가포르 무역관은 한국관에 참가한 한국 식품기업의 현황을 살펴보는 한편, 한국 식품의 싱가포르 주류시장 진입에 필요한 실질적 요건을 파악하기 위해 현지 업계 관계자와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싱가포르관 전경>


[자료: KOTRA 싱가포르 무역관 촬영]
현장 인터뷰로 본 한국 식품의 시장 진입 과제
전시회 이튿날(2026년 4월 22일), KOTRA 싱가포르 무역관은 현지 산업 동향과 참가 기업들이 직면한 실질적 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전시장을 방문했다. 한국 기업들과의 면담 결과, 일부 기업은 싱가포르 식품 인증 절차를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싱가포르 시장에 진입하거나 사업을 확대하려는 한국 F&B 기업에 규제 요건, 인증 절차, 패키징 기준 등이 주요 고려 사항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제를 현지 업계 관점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Singapore Food Manufacturers’ Association(SMFA)의 Divisional Director인 Alex Teo와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결과,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제품의 인기나 K-푸드에 대한 관심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시장 침투율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현지화가 부각됐다.
할랄 인증이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필수적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Alex Teo는 “할랄 인증이 중요하기는 하나 모든 제품에 필수적인 요건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식품의 경우 발효 식품이나 돼지고기 기반 제품이 많아 할랄 인증 취득이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할랄 인증에만 집중하기보다, 시장 침투율 제고를 위해 보다 폭넓은 현지화 전략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싱가포르 시장에서 한국 식품이 직면한 주요 과제 중 하나는 패키징 및 라벨링 현지화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한국 식품은 제품명, 설명, 광고 문구, 조리 방법 등이 여전히 한국어 중심으로 표기돼 있다. 일부 제품은 영어 라벨을 스티커 형태로 부착하고 있으나, 기존 포장 대부분은 여전히 한국어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반 현지 소비자에 대한 제품 접근성을 제한하고, 입점 전 완전한 라벨링 기준 준수를 요구하는 주류 슈퍼마켓 채널 진입에도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식품 포장에 기재된 모든 표시 및 광고 문구가 영어로 적절히 번역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특정 연령대에 적합’, ‘칼슘 함량 높음’과 같은 문구는 명확히 영어로 번역돼야 하며, 번역되지 않은 문구는 규정상 기술적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러한 요건에 보다 원활히 대응하기 위해 Alex Teo는 한국 중소기업이 싱가포르의 지정 폴리테크닉 기관과 상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해당 기관들은 싱가포르 식품청(SFA) 요건에 따라 식품 포장을 검토하고, 필수 표기사항이 적절히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며, 제품의 현지 출시 전 누락되거나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식품 라벨링 요건에 대한 실무적 검토가 필요한 기업은 SFA가 안내하는 지정 라벨링 컨설턴트 기관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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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기관명 |
담당자명 |
연락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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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apore Polytechnic |
Ms. Rena Low |
메일: rena_low@sp.edu.sg 전화: +65 6870 78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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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yang Polytechnic |
Ms Dong Xin |
메일: dong_xin@nyp.edu.sg 전화: +65 6550 15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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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asek Polytechnic |
Ms Johanna Tan |
메일: tanjo@tp.edu.sg 전화: +65 6780 6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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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ublic Polytechnic |
Mr Eric Kwek |
메일: eric_kwek@rp.edu.sg 전화: +65 6697 1788 |
[자료: SFA 웹사이트 (2026년 6월 기준)]
이번 인터뷰는 한국 식품기업이 한인 마트 중심의 유통망을 넘어 싱가포르 주류 소비자층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현지화를 핵심 시장 진입 요건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할랄 인증 여부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영문 패키징, 명확한 원재료 및 제품 정보 제공, 규제 준수, 싱가포르의 다문화 소비자층이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포장 형식 등을 포함한다.
주류 유통채널 진입을 위한 패키징·라벨링 현지화
이러한 현지화 필요성은 싱가포르 주류 유통채널에 진입한 한국 식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국 라면 제품은 대표적인 사례다. 진라면, 짜파게티와 같은 제품은 한인 마트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가 이용하는 슈퍼마켓과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제품이 보다 폭넓은 소비자층에 노출될수록 영문 제품 설명, 번역된 조리 방법, 명확한 원재료 정보, 눈에 잘 띄는 인증 표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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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패키징 |
현지화 패키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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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고려마트 및 FairPrice 웹사이트 (2026년 6월)]
이러한 사례는 현지화가 반드시 한국 제품 고유의 맛이나 브랜드 정체성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현지화는 현지 소비자가 제품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구매하며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싱가포르와 같은 다문화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제품 구매 전 식이 제한, 조리 편의성, 제품 정보 등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패키징과 라벨링은 한국 식품이 틈새 제품에 머무를지, 주류 소비시장으로 확대될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식업계에서 나타나는 메뉴 현지화 사례
현지화는 포장 식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한국 외식업계에서도 다문화 소비자층의 식이 요건과 선호도를 고려해 메뉴를 조정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KOTRA 싱가포르 무역관이 싱가포르 내 한식당 운영자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해당 식당은 다양한 전통 한식 메뉴를 유지하면서도 일부 메뉴는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조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육개장이다. 육개장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소고기를 사용해 조리하는 매운 국물 요리다. 그러나 해당 식당에서는 고객이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등 다양한 단백질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식당 운영자는 “이러한 조정이 종교적 요인 등을 포함한 고객의 다양한 식이 제한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요리에 사용되는 고기 종류를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식당은 한식 고유의 맛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더 넓은 싱가포르 소비자층이 해당 메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례는 현지화가 반드시 제품이나 메뉴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현지화는 소비 장벽을 낮추기 위한 작지만 실질적인 조정일 수 있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적 배경을 가진 소비자가 공존하고 식이 선호가 외식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이러한 메뉴 조정은 한국 F&B 기업이 현지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시사점
싱가포르 내 한국 식품의 성장은 K-푸드가 더 이상 한류에만 기반한 틈새 트렌드에 머무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식당, 라면, 스낵, 카페, 그로서리, 팝업 행사 등이 시장 전반에서 점차 가시성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맛과 식문화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확대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식품 수입 의존도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만큼, 장기적 성장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은 제품의 인기만을 기대하기보다 자사 제품이 현지 시장 요건에 어떻게 부합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
FHA 2026에서 확인된 내용은 현지화가 단순한 부가적 마케팅 조정이 아니라 핵심 시장 진입 전략으로 인식돼야 함을 시사한다. 포장 식품의 경우 제품명, 설명, 광고 문구, 조리 방법, 원재료 정보, 인증 관련 내용이 영어로 명확히 제시되고 현지 라벨링 요건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조정은 한국 식품이 한인 마트 중심의 유통망을 넘어 주류 슈퍼마켓, 이커머스, 외식 서비스 채널로 확대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지 시장 사례는 한국 브랜드가 기존의 맛과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제품을 제시하고 판매하며 소비되는 방식을 조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할랄 인증 라면, 영문 표기 패키징, 다양한 고기 선택지를 제공하는 한식당 메뉴 등은 한국 F&B 기업이 싱가포르의 다문화 소비자층의 소비 장벽을 낮출 수 있는 방식이다.
따라서 한국 F&B 기업은 싱가포르를 단순히 한국 문화에 대한 선호가 높은 시장으로 보기보다, 규제 대응력, 명확한 패키징, 식이 요건에 대한 민감성, 채널별 전략이 요구되는 정교하고 다양한 소비시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시장 진입 초기 단계부터 이러한 요건을 준비하는 기업은 싱가포르에서 더 넓은 소비자 접근성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수요를 구축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The Straits Times, FHA 2026 웹사이트, FairPrice, 고려마트, 싱가포르 식품청, KOTRA 싱가포르무역관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