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러시아의 재정 적자 확대와 세무 행정 변화

러시아세금국세청세무조사재정재정적자세무세원통관수입

최근원, 러시아 정부 산하 금융대 부교수 / 회계법인 Technologies Of Trust 한국데스크장(이사)


들어가며


러시아의 재정 운용 방이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모스크바에 거주하며 이 나라의 일상을 직접 관찰해 온 입장에서, 최근 러시아의 세정 변화는 단순한 행정 조정이 아니라 국가가 재정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 관리의 강도를 높여가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그 움직임의 중심에는 하나의 공통된 배경이 있다. 바로 세수 부족이다. 지출은 수입을 웃돌고, 그 격차를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세무당국은 직접적인 도구를 꺼내들고 있다.


숫자로 보는 러시아의 재정 적자


2025년 9월 미슈스틴 총리는 정부 각료회의에서 2026년도 연방예산안을 발표했다. 총 세입 예상액은 40조2830억 루블로, 전년 징수 목표 대비 약 10%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지출은 이를 웃돌아 재정 적자는 3조7860억 루블, GDP 대비 1.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시 재정의 최후 안전판으로 기능해 온 국민복지기금(NWF)은 13조6370억 루블에서 13조6600억 루블로,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다.

* 주: USD 1 = 약 RUB 75로 환산 가능


연방 국세청이 2025년 한 해 동안 징수한 세금은 총 46조3000억 루블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국세청이 관리하는 모든 세입을 합산하면 61조2000억 루블(+8.8%)에 달하며, 이는 러시아 전체 예산 시스템 세입의 80% 이상을 국세청 단일 기관이 책임진다는 의미다. 세목별로는 부가가치세(VAT) 22.5%, 개인소득세(NDFL) 21%, 광물채취세(NDPI) 20% 순이다.


수치만 보면 세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는 지출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2026년 6월에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재무부 장관 안톤 실루아노프는 "부가가치세 수입이 계획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회색 지대 탈세에 대한 단속이 최우선 과제"라고 못 박았다.


현장 세무조사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현장 세무조사의 동향이다.


2018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오던 현장 세무조사 건수가 2025년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됐다. 전국 실시 건수는 5000건을 넘어서며 전년 대비 약 12% 늘어났다. 법인 기준으로는 1000개 기업 중 약 1개 기업이 조사 대상이 되는 수준이지만, 규모가 크고 복잡한 거래 구조를 가진 기업들에게 '확률의 평균'은 위안이 되지 않는다.


<2020~2025년 현장 세무조사 건수 및 위반 적발률 추이>

[자료: 러시아 연방 국세청]


더 직접적인 신호는 2026년 1분기 통계에서 나왔다. 연방 국세청은 2026년 1분기에 대기업 대상 현장 세무조사를 42건 실시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13건) 대비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도납 부과액은 전년 1분기 12억 루블에서 94억 루블 약 8배 급증했다. 2025년 연간 전체(85건, 216억 루블)와 비교하면, 2026년 1분기 수치가 이미 연간 절반에 근접한 셈이다.


회계법인 Technologies Of Trust (ex-PwC) 조세분쟁 해결팀 선임 변호사 파벨 코발레프는 이를 단순한 계절적 변동이 아닌 세무 행정 강화의 신호"로 이해하고 있다. 그는 이 증가의 두 가지 동인으로 자동화된 납세자 선별 시스템과 연방 재정 적자 보전의 필요성을 꼽았다.

 

대기업의 납세액이 연방 예산 세입의 약 60%를 차지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탈루가 발생하면 수십억 루블의 세금이 사라진다는 인식이 배경에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2026년은 과거 어느 해보다 현장 세무조사 건수와 도납 부과 총액이 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20~2025년 현장 세무조사 '평균 청구액' 추이 — 벌금·연체료 제외>

[자료: 러시아 연방 국세청]


평균 추가 과세액도 늘었다. 러시아 세무업계에서는 세무조사 한 건당 국세청이 추가 과세하는 평균 금액을 러시아어로 '중간 체크(Средний чек)'라고 부른다. 소매업에서 고객 1인당 평균 구매액을 뜻하는 말을 차용한 것으로, 세무조사 한 건당 국세청이 거둬들이는 평균 금액을 가리킨다.


2025년 전국 평균 1건당 추가 과세액은 약 9000만 루블로 전년 대비 50% 가까이 뛰었다. 모스크바에서는 1억1300만 루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2억1900만 루블이다. 2025년 현장 조사와 분석 활동을 통해 확보된 추가 세입은 총 4960억 루블(년 대비 +22%)에 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조사를 나간 경우 98%에서 추가 과세가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국세청이 문을 두드릴 때는 이미 답을 손에 쥔 채로 오는 것이며, 사전 정보 분석과 자동화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한 이후에야 현장 조사가 시작된다는 의미다.

 

조사의 초점이 달라졌다

 

조사의 무게 중심도 과거와 다르다. 예전에는 세금 계산 오류나 서류 미비가 주된 쟁점이었다면, 이제는 거래의 실질적인 경제적 목적을 따진다. 주요 쟁점은 세 가지다.


1. 허위 거래처를 통한 비용 처리 (세법 제54.1조)

동화 시스템이 2026년 현재 거의 실시간으로 '유령 거래처' 및 '페이퍼 컴퍼니'를 포함한 거래 사슬을 감지한다. 과거에는 다단계 구조 속에 묻혀 있던 것이 이제는 즉각 식별된다.

 

2. 내부 거래 및 은닉 배당

특수 관계인 간 거래 통제 및 대출·이자·로열티의 배당으로의 재분류는 국제 홀딩 그룹과 대형 러시아 기업 모두에게 전통적인 고위험 영역이다.

 

3. 외국 거래처 지급 시 원천징수세

비거주자에 대한 지급액을 러시아 내 과세 대상 수동 소득으로 재분류하는 방식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업체 분리에 대한 단속도 크게 강화됐다. 서류상으로 분리된 별개 법인이라는 형식적 구조는 더 이상 효과적인 방어막이 되지 못한다.

 

세원 관리의 확장: 세 가지 방향

 

현장 세무조사의 증가는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다. 세무당국은 다방면에서 관리의 그물을 촘촘하게 엮고 있다.


첫째, 금융거래 정보와 세무 행정의 연결이다. 현재 국가두마(하원)에 계류 중인 법안은 2027년부터 중앙은행(CBR)이 국세청에 '미신고 사업 활동 징후'가 있는 개인의 계좌 이체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체 빈도, 금액 규모, 거래 시간대, 복수 지역 입금 패턴 등이 알고리즘으로 분석되어 '위험군'으로 분류된 개인의 정보가 자동으로 국세청에 전달된다. 국세청은 미등록 자영업자를 700만~1000만 명으로 추산하며, 이 조치로 연간 최소 500억 루블(약 7억 달러)의 추가 세입을 기대하고 있다. 미용, 인테리어 수리, 자동차 정비, 부동산 임대 등 현금이나 개인 카드 이체로 운영되어 온 업종이 주요 관리 대상이다.

 

둘째, SPOT 시스템 시행이다. 2026년 6월 1일부터 EAEU 국가로부터 육로로 물건을 수입하는 경우, 부가세와 개별소비세를 화물이 국경을 통과하기 최소 이틀 전까지 선납해야 한다. 재무부는 SPOT 시스템 한 가지만으로 추가 3000억 루블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과 세무 모니터링 참여 기업은 선납 의무에서 제외되지만, 중소 수입업체는 상품 가격의 약 22%를 통관 전에 납부해야 하므로 초기 운영 비용이 15~25% 증가할 수 있다.


셋째, 마켓플레이스 판매자 세원 관리 강화다. 국세청은 이미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와 데이터를 연계해 판매자별 매출을 실시간 집계하고 있다. 예고로프 청장은 이 조치만으로 자진 신고가 대폭 늘어 2000억 루블의 추가 세수가 확보됐다고 밝혔다. 2026년 10월부터는 플랫폼들이 판매자 매출 정보와 탈세 징후를 자발적으로 국세청에 제공하는 체계가 도입될 예정이다.


다음 국면을 읽어야 할 때


러시아 세무당국이 발신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마켓플레이스 판매자, 해외 계좌 보유자, 현금 중심의 자영업자, 수입업자—어느 영역에도 과세 사각지대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제도와 데이터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의지를 실행하는 강력한 도구가 현장 세무조사다.


러시아에서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 사업자와 개인에게 다음 사항에 대한 점검이 권고된다.


   모든 비용 처리에 대해 실질적인 경제적 논리와 근거 서류를 갖출 것

   계열사 간 거래 구조가 실질에 부합하는지 정기적으로 검토할 것

   마켓플레이스 매출이 있는 경우, 신고 수치와 플랫폼 집계액이 일치하는지 확인할 것

   SPOT 시스템 시행 이후 EAEU 국가 발 수입 일정과 운전자본 계획을 재조정할 것

   해외 계좌 보유자는 신고 의무 여부를 확인하고, 누락된 경우 자진 수정 신고를 검토할 것

   지식재산권 등 무형 자산을 보유한 기업은 세무 리스크 점검 범위에 무형 자산을 포함할 것


세무조사가 시작된 이후는 대응 가능한 조치가 극히 제한적이다. 조사 착수 시 98%에서 추가 과세가 이뤄진다는 통계는 국세청이 충분한 사전 분석을 거쳐 선별적으로 조사에 나서고 있음을 방증한다. 러시아 세무 행정이 디지털 기반의 실시간 데이터 분석 체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만큼, 사전적 세무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자료: Vedomosti, TASS, Forbes Russia, TeDo, 러시아 연방 국세청, 러시아 연방 중앙은행,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포럼 홈페이지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이전글 / 다음글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