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세계가 여전히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전기차, 풍력 발전 등 저탄소 기술은 막대한 양의 금속, 특히 희토류를 필요로 한다. 희토류는 17가지 금속(디스프로슘, 네오디뮴, 프로세오디뮴 등)으로 구성되며, 전기차 모터와 일부 풍력 터빈에 사용되는 영구 자석을 제조하는 데 필수적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26년 5월 5일, ‘희토류 및 영구자석 국가 회복 탄력성 계획(Le plan national de resilience ’terre rares et aimants permanent’)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 목표는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희귀 금속의 생산과 가공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21세기의 석유’라고 불리는 이 희토류 및 자석 산업의 생산과 가공을 중국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는 지난 수십 년간 희토류 및 자석 산업 기업을 보유하고 세계 최대 수준의 희토류 분리, 정제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관련 밸류 체인 일체가 해외로 이전 되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희토류 영구자석 가치 사슬에서 채굴 단계의 60%, 분리 및 추출 단계의 87%, 금속 정력 단계의 91%, 영구자석 생산 단계의 94%를 차지하며, 가공 단계가 고도화될수록 강한 지배력이 더욱 커진다.
<희토류 영구자석 가치 사슬 단계의 국가별 점유율>
(단위: %)

[자료: 프랑스 경제· 재정· 산업 및 디지털 주권부]
프랑스 정부는 2026년 2월 3차 다년도 에너지 계획(PPE3)을 발표하면서 저탄소 에너지 생산 목표를 상향 확장했는데, 이 또한 희토류 원소들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프랑스 제 3차 에너지 다년도 계획 PPE3 2035년까지의 주요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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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
2030 |
20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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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부문 |
탈탄소 전력 생산 |
458 TWh |
585 TWh |
650-693 TW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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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 |
320.4 TWh (56 개 원자로) |
380 TWh (57 개 원자로, 상한 목표 420TW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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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 |
19.3 GW 22.7 TWh |
48 GW ~ 59 TWh |
55-80 GW ~67-87 TW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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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풍력 |
21.9 GW 48.7 TWh |
31 GW ~ 68 TWh |
35-40 GW ~80-91 TW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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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풍력 |
0.84 GW 1.9 TWh |
3.6 GW ~ 14 TWh |
15 GW ~ 59 TW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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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력 발전 |
25.9 GW 54.2 TWh |
26.3 GW ~ 54 TWh |
28.7 GW ~ 54 TW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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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전기 부문 |
재생 및 회수 열·냉방 |
열 172 TWh 냉방 1 TWh |
열 297 TWh 냉방 2 TWh |
열 328-421 TWh 냉방 2.5-3 TW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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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메탄 (천연가스 배관망에 주입된 물량) |
9 TWh |
44 TWh |
47-82 TW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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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연료 (운송 부문 사용량) |
38 TWh |
55 TWh |
70-90 TW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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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설치된 전해조 설비용량 기준) |
0 GW |
4.5 GW까지 |
8 GW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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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프랑스 정부 공식 발표 자료]
‘희토류 및 영구자석 국가 회복 탄력성 계획(Le plan national de resilience ’terre rares et aimants permanent’)의 구체적인 방향을 살펴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중희토류 수요의 10%를 충족할 수 있는 희토류 산화물, 즉 유럽 수요의 100%와 유럽 경희토류 수요의 25%를 충족할 수 있는 양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유럽 산업 수요의 약 10%를 충족할 수 있는 희토류 합금, 특히 해상 풍력 발전용 100% 재활용 NdFeB 자석을 생산한다는 목표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발표된 주요 조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프랑스 기업들의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희토류 채굴 프로젝트에 대한 전략 프로젝트 보증제도(GPS, Garantie des Projets Strategiques)요건 기준이 완화될 예정이다. 전략 프로젝트 보증제도는, 프랑스 경제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제도다. EU 국가보조금 규정에 부합하는 프로젝트 투자 비용의 은행 대출 일부를 국가가 보증한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도 프랑스 산업계의 금속 공급망 안정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사업이라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 불칸(Vulcan)사의 리튬 광산 프로젝트 자금 조달에 이 제도가 활용된 바 있다. 프랑스 산업체에 대한 리튬 공급을 보장하는 조건을 전제로 지원됐다. 현재 희토류 및 자석 가치 사슬과 관련한 여러 프로젝트가 검토되고 있다.
전략 프로젝트 보증제도의 선정 기준이 완화되면 오프테이크 계약(Offtake, 생산시설이 향후 생산할 물량을 특정 기업이 장기간 구매하기로 약정하는 계약) 비율의 2배에 달하는 수준까지 국가가 부채를 보증할 수 있게 된다(최대한도 50%). 이러한 변화는 희토류 자원에 대한 접근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프랑스 구매자들의 조건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녹색산업 세액공제(C3IV) 연장 및 조건 간소화 계획도 발표됐다. 녹색산업 세액공제 제도는 2024년 도입된 제도로, 현재까지 프랑스 내 희토류 및 영구자석 가치 사슬 관련 프로젝트 4개(Carester, Solvay, LCM, MagREEsource 프로젝트)에 활용됐다. 이를 통해 약 1억 8천만 유로 규모의 세액공제가 이루어졌으며, 결과적으로 6억 유로 규모의 생산설비 투자를 유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 제도를 2028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한 희토류 가치 사슬 프로젝트 지원 확대를 위해 제도 운영을 간소화한다. ‘프로젝트 매출의 최소 50%가 풍력 발전 시장에서 발생해야 한다’는 요건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희토류 및 영구 자석 관련 기업들은 풍력 산업 이외에도 전기차, 방위산업, 전자 산업 등 다양한 수요처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면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France 2030’ 제도를 통한 추가 프로젝트 지원계획도 발표됐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 미래 산업 전략 프로그램인 ‘France 2030’을 통해 핵심 금속 정제와 공급망 의존도 축소를 목표로 하는 약 40개의 프로젝트를 지원해 왔다. 지원 규모를 살펴보면 공공 지원금은 약 3억 3천만 유로, 이에 따라 유발된 산업투자는 약 27억 유로로, 정부 자금 1유로당 약 8유로 이상의 민간 산업 투자를 유도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France 2030 프로그램 내 ‘핵심 광물 공모 사업 기간을 연장해 2027년까지 약 10개의 추가 프로젝트를 새롭게 지원한다고 밝혔다.
핵심 금속 투자 펀드(InfraVia) 운영 계획도 발표됐다. 프랑스 정부는 2023년 핵심 금속 투자 펀드(Fond Metaux Critiques)를 출범시킨 바 있는데, 이 펀드는 투자회사 InfraVia Capital Partners가 운용 중이다. 투자는 핵심 금속 가치 사슬 전반을 대상으로 한다. 즉, 광물 채굴, 정제 및 분리, 금속 가공, 재활용의 모든 단계에 투자할 수 있다. 투자 지역도 프랑스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해외 프로젝트까지 포함한다. 정부는 France 2030 예산을 활용해 이 펀드에 5억 유로를 출자했고, 최종적으로 20억 유로 규모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즉, 정부 자금 5억 유로에 민간 투자자 및 산업계 자금 15억 유로를 유치해 총 20억 유로 규모의 투자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펀드는 산업계 및 금융기관 등 민간 파트너의 참여를 전제로 설계됐으며, 민간 투자자들은 단순한 재무 수익뿐 아니라 오프테이크 권리를 확보하는 대가로 투자할 수 있다.
한편, 자동차 부품 공급망에 대한 지원계획도 발표됐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도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 자동차 산업은 전기 모터, 전력전자 장치, 전자제어 시스템, 기타 핵심 전장 부품 등의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를 대부분 유럽 외 지역 특히 중국에서 채굴 및 정제되고 있는 희토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량을 크게 줄인 자동차 부품 개발을 산업 주권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로 보고 희토류 사용을 줄이는 기술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 분야를 살펴보면,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테르븀 등의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대체 소재 개발과 희토류 영구자석을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 전기 모터 개발 등이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서서 전체 혁신 생태계를 동원할 계획으로, 완성차 제조사, 자동차 부품업체, 연구기관, 스타트업, 대학 등과 협력해 개발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는 ‘France 2030’ 제도의 자동차 분야 공모 사업에 참여하려는 대기업에게도 새로운 의무를 부과한다. 각 기업들은 이제 영구자석 및 희토류 조달 다변화 계획서(Plan de diversification des approvisionnements)를 제출해야만 France 2030 지원 대상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계획서 안에는 공급망 취약성 분석자료와 대체 공급원 확보 계획,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계획과 대체 기술 및 재활용 투자 계획이 포함된다.
이 조치는 희토류 수요 조절 정책에 해당한다. 자동차 업계에 희토류 사용을 줄이고, 중국 의존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대체 기술과 재활용을 확대할 것을 유도하는 의미다.
시사점
프랑스 정부가 희토류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국가 산업 계획을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희토류를 더 확보하는 정책이라기보다, 희토류 채굴, 정제, 자석, 전기차 가치 사슬을 프랑스 및 유럽 내부로 재구축하고, 동시에 자동차 산업이 희토류를 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산업 주권 전략에 가깝다. 희토류의 중국 의존 문제를 공급망 문제를 넘어선 안보 문제로 보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고, 국가 지원금의 성격도 과거의 친환경 투자에서 공급망 다변화 지원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자동차 산업의 희토류 절감 압박이 증가하면서, 향후 자동차 산업 지원금도 현재의 ‘전기차’에서 ‘희토류를 덜 쓰는 전기차’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업들은 희토류를 쓰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대체 기술 개발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시급해보이며, 가치 사슬 전체를 유럽 내에 재구축하려는 프랑스 정부 기조에 맞춰, 유럽 현지 제조기업과의 JV 설립, 지분 투자 등을 통한 현지화 전략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프랑스 경제· 재정· 산업 및 디지털 주권부, 프랑스 국토투자은행, 일간지 Les echos, Le monde, Le figaro, 파리무역관 보유자료 종합